10여 년 전 사장님, 동료 직원과 함께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 번에 가는 비행기는 대략 13시간 정도 걸렸는데,
경리팀 직원이 건네 준 비행기 일정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을 경유한다고 적혀 있었다.
경유 항공이 3~4 시간 더 소요되었다.
가뜩이나 이코노미 좌석으로 앉아 가려니 몸이 쪼그라드는 것 같은데
더 작은 비행기로 바꾸어서 탑승을 하니 인간 오징어가 될 지경이었다.
더군다나 바로 옆에 사장님도 이코노미석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계시는데
불만을 토로할 수는 없었다. 닥치고 버티는 수밖에..
17~18시간에 걸쳐 공항에 도착하니 관련 업체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승합차에 탑승하고 한두 시간을 더 달려 조르노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시차에 맞춰 다시 잠을 청했다. 이탈리아는 저녁이었다.
오는 내내 비행기에서 먹는 것 아니면 자는 것만 했는데도 또 잠이 들어버렸다.
다음날 업체를 방문했다.
방문한 목적은 우리 회사에서 대형 설비를 구매했는데 그 설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배우기 위함이었다.
수업은 진행되었고 현지에서 고용한 통역사가 고생해 주셨다.
“차오! ”
“본 조르노~”
가벼운 인사를 하고 곧 강의를 시작했다.
출장하기 전에 미리 데모 버전으로 공부를 하긴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개발자의 설명에서 유독 많이 나오는 단어가 있었다.
“알로라~, 포잇!”
유독 개발자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었다.
통역사한테 물어보니 한국어로는 말을 시작할 때 쓰는 “자, 이제”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별로 중요한 단어도 아니었는데 어려우니 괜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매일 화려한 레스토랑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 업체에서 준비했다.
분위기와 음식에 한껏 취해 있었지만 지나친 음주는 삼가라고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호텔로 돌아가자마자 노트북을 열고 강의 때 녹화된 영상을 보며 그날 배운 것을 정리했다.
사장님의 감독 아래서...
그리곤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르고 강의도 마지막이었다.
그날 밤 나는 호텔이 답답하기도 하고 호텔 주변이나 돌아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좀이 쑤시는 나의 마음을 아셨는지 갑자기 사장님이,
“강의 듣고 정리하느라 고생 많았어~ 물론 놀러 온건 아니지만 하루쯤은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지~
내일은 베니스로 가서 하루 묵고 다음날 복귀하도록 하지~”
일주일 내내 공부만 시킨 사장님이 미안하셨나 보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외출하려던 걸 접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베니스로 이동한 우리 일행은 베니스의 풍경을 마음껏 사진에 담고, 눈으로 보고,
머릿속엔 기억으로 남겼다.
내 돈으로 온 것이 아니어서 더 재밌고 신이 났다.
이색적인 풍경과 사람들 틈에, 반짝이는 강가가 보이는 레스토랑에 앉아 와인 한 잔을 마시고 있노라니
천국이 바로 여기였다.
영화 속에 한 장면이 바로 이곳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하루.
하지만 유명한 관광지인 베니스 주변에 최고급 호텔을 찾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업체 직원이 잡아준 호텔은 말이 호텔이지 여인숙이나 다름없었다.
‘뭐 어떠랴~ 이것도 다 추억인데... 하루만 참자’
전에 묵었던 깨끗한 호텔이 눈에 아른거렸다. 현실은 지저분하고 낡은 방과 화장실이었다.
베니스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화장실에는 락스 냄새가 진동을 하고 그 옆으로는 사람 한 명 들어갈 만한 비좁은 샤워실이 있었다.
“우당탕탕 퍽”
좁아서 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가까스로 시끄러운 샤워를 마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옷을 갈아입으면서 살펴보니 엉덩이부터 허벅지에 두드러기가 잔뜩 돋아 있었다.
두드러기 모양도 그렇고 아무리 생각해도 원인은 저 화장실 변기였다.
락스 때문인지 뭔지 민감한 피부가 탈이 난 것이다.
‘휴지라도 깔고 앉을걸..."
그나마 다행인 건 돌아가는 날이었고 조금만 참으면 병원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가는 길도 마찬지로 경유였다.
이번엔 네덜란드가 아닌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갈아서 타는 길이었다.
공항에 내려 갈아타려고 대기하면서 여기저기 구경하는 중에 한국식 라면을 파는 곳을 발견했다.
’독일 공항에서 한국식 라면이라니...’
가격표를 보니 한국 돈 2만 원 정도였다.
비싼 가격이었는데도 음식점은 사람이 많았다.
그것도 전부 한국 사람이었다.
판매하는 직원은 죄다 외국인이었는데 그걸 사 먹는 사람은 한국 사람이었다.
한국인들의 라면 사랑은 정말 대단했다.
아니면 현지식이 맞지 않아 고생하던 중에 한줄기 빛을 본 것일 수도...
인천 공항에 보면 김치찌개 집이 인기가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내가 쳐다보고 있으려니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그래 먹어보자~“
맛은 좋았다.
두드러기 때문에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려고 했지만 언제 또 먹어 보겠는가?
‘독일 공항에서 한국식 라면을 먹을 줄이야...’
꿈같은 2만 원짜리 라면을 먹고 대한민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병원에, 약에, 일주일을 고생하고서야 두드러기는 들어갔다.
베니스의 절경에 변기 모양 두드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