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tgreen Aug 15. 2020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명화 패러디 II

지난 글에 이어 <심슨 가족>에서 패러디된 명화를 초현실주의(Surrealism)를 중심으로 몇 점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르조 데 키리코, <거리의 우수와 신비>, 1914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가 1914년에 완성한 <거리의 우수와 신비>입니다. 화면의 왼쪽에서 어린 소녀가 굴렁쇠를 굴렁쇠를 굴리며 앞으로 뛰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의 천진난만한 놀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배경이 관람객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마치 함정처럼 문이 열려 있는 마차, 너무나 어두워서 누가 숨어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 같은 회랑, 그리고 광장에 드리워진 스산한 그림자까지, 곧 무슨 일이 벌어질 듯한 불길한 징조들을 화면에 펼쳐 놓습니다. 또한 키리코는 아치형의 회랑이 있는 건물은 고대를, 텅 빈 광장은 현대의 이탈리아를 의미함으로써 공존할 수 없는 것들을 한 화면에 배치시킵니다. 바로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이후 초현실주의자들이 키리코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영속>, 1931; <잠>, 1937

초현실주의는 키리코의 화풍과 함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심슨 가족의 막내 매기가 괴기스러운 형태로 등장하는 이 그림은, 할로윈 시즌으로 특별히 제작된 에피소드에 등장합니다. 대중들에게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알려진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의 1931년작 <기억의 영속>과 1937년작 <잠>을 한 화면에 담은 그림이에요. 프로이트는 정신적 이상징후를 보이는 환자들의 꿈을 해석함으로써 그들이 가진 문제의 원인을 밝히려 했던 정신분석의 창시자입니다. 꿈이 인간의 무의식과 욕망을 반영한다고 봤던 것이지요. 프로이트의 이러한 이론에 경도된 초현실주의자들은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기존에 옳다고 여겨졌던 방법으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진실을 찾고자 ‘꿈’의 상태를 암시하는 장면을 화폭에 담게 됩니다. <잠>은 제목부터 꿈의 세계를 그리고자 하는 달리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기억의 영속>에 등장하는 치즈처럼 축 늘어져 있는 시계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현실의 시간 관념을 넘어선, 꿈 속 세계를 의미하지요. 


프리다 칼로, <원숭이와 함께 한 자화상>, 1938

리사가 바라보고 있는 그림은 프리다 칼로(Frida Kahlo)가 1938년에 그린 <원숭이와 함께 한 자화상>을 패러디한 것입니다. 칼로는 멕시코에서 활동한 초현실주의 작가인데요, 작가의 작품 세계보다는 그녀의 남편이자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로 기록되는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와의 사적인 이야기가 더 유명한 것 같습니다. 18살 때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해 평생을 후유증에 시달리며 그림을 그렸던 칼로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다름아닌 리베라와의 관계였습니다. 21년 연상이었던 리베라는 칼로와 결혼할 때 이미 두 번의 결혼 경험이 있었고, 칼로와 결혼한 후에도 외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런 남편을 바라보던 칼로는 오히려 더욱 애타게 리베라의 아이를 원했지만 여러 차례 반복되는 유산을 통해 칼로의 절망감은 커져가기만 했지요. 칼로는 그토록 원하던 아이 대신 여러 반려동물들과 함께 생활했고, 그 중 자화상에 자주 등장하는 원숭이는 칼로가 바랐던 아이를 상징하는 동시에 모든 고통과 외로움을 잊고 그저 즐겁고 싶은 자기 자신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르네 마그리트, <인간의 아들>, 1964

바트가 커다란 녹색 사과로 얼굴을 가린 바트 앞에 서 있습니다. 벨기에 출신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1964년작 <인간의 아들>을 패러디한 그림입니다. 마그리트는 이 그림을 자화상으로 그렸는데, 외투를 입고 중절모를 쓴 남자는 마그리트의 그림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자화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얼굴일 테지만, 마그리트는 일부러 자신의 얼굴을 사과로 가려버립니다. 무엇인가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것, 우리가 본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그 이면에 숨겨진 것들에 대한 초현실주의자의 관심을 시각화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인 <심슨 가족>의 명화 패러디, 그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계속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