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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샘 Aug 10. 2023

힘을 빼

  힘을 빼!     

  아주 친한 친구 세 명이 나눈 웃픈 이야기다.      

“사회에 나오면 제일 재수가 없는 사람이 바로 너와 너야!”      

그 친구가 지적한 두 사람은 평생 모 방송국에서 임원까지 하고 퇴직한 친구와 나였다. 너희 둘은 평생을 ‘갑’으로만 살아서 퇴직 후에도 남을 시키기나 하고 명령하는 고질병을 못 버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헉!!! 부정하려고 애써보긴 하였지만, 어느 정도는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 조용히 있었다.


퇴직 후에는 지금까지 나를 평생 따라다녔던 ‘선생님’이라는 훈장 아닌 훈장을 모두 내려놓고, 그저 평범한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인생 선배들로부터 많이 들어 왔다. 그것에 대한 마음 훈련이 어렵기도 하고 힘도 들 것이라는 충고를 들으면서 퇴직을 맞이했다.


  힘 빼세요!!!     

퇴직 후에 가장 많이 듣게 된 말이다. 수영을 가서도 글씨를 쓸 때도 탁구를 하면서도.

수영할 때는 물이 무서워서 자꾸 몸에 힘을 주다 보니 몸이 더더욱 가라앉고, 글씨를 쓸 때는 붓을 잡은 손에 힘을 너무 주다 보니 획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지 못하고, 탁구를 하면서도 몸에 힘을 주다 보니 어깨와 허리만 아프고 공은 힘있게 나가지는 못한다고 가르치는 분으로부터 지적을 당하였다. 힘을 주는 게 어렵지, 힘을 빼는 게 뭐가 어려울까? 아니다, 정말 힘을 빼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는 날들이다. 

이제는 내 몸의 일부뿐만 아니라 나의 말에도, 내 생각에도 힘을 빼는 훈련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내 생각들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며 “그래, 당신이 옳다”라고 말하며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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