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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Aug 08. 2021

생각의 집 리모델링 하기

좋아하지만 잘하지 못하는 것, 관심은 있지만 엄두는 내지 못하는 것, 나에게 그런 것이 하나 있다. 인테리어, 내게는 인테리어가 그런 것이다. 특히,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해서 재탄생시키는 이야기는 잡지든 TV든 절대 빼놓지 않는다. 


낡고 오래된 주택이나 아파트를 새 주인의 감각과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내 집도 아니고 내가 살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 이야기인양 빠져든다. 벽지와 가구 배치만 바꿔도 낡고 오래되고 불편했던 공간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멋지게 변신한다. 


어떤 집은 뼈대만 남기고 다 뜯어고치기도 한다. 집을 떠 받치는 기둥과 벽, 지붕만 남긴 채 모조리 다 바꾸기도 한다. 그러면 낡고 칙칙했던 옛 집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깔끔하게 단장된 새집에는 행복한 웃음을 짓는 주인의 모습을 비춰준다.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 보이는 그들의 편안한 미소를 보며 부러울 때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나 역시 역사가 있는 오래된 주택을 구입해서 멋지게 리모델링을 해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한다. 


헌 집을 내어주고 새집을 얻은 주인들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왜 진작 이렇게 바꾸지 않았을까요?" 늘 그래 왔기에 불편해도 참으며 불편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리모델링을 통해 불편함이 편리함으로 바뀌며 일상에는 더 많은 여유가 생기게 된다. 공간의 여유는 마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우리의 몸이 휴식을 취하고 충전하는 곳이 집이듯 내면에도 생각으로 지어진 집이 있다. 각자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판단하며 저마다의 집을 내면에 지어놓고 살아간다. 살다 보면 이 생각의 집에도 리모델링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내게는 번아웃이 그때였다. 힘들고 아프기도 했지만 번아웃을 겪으며 이전의 내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지난 과거의 선택과 행동이 번아웃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것이 내가 40년 동안 지은 나의 생각의 집이었다. 그 집은 내게 어떠한 휴식도 기쁨도 행복도 주지 못했다. 


오래된 집도 리모델링으로 새집이 될 수 있듯이 생각의 집 또한 고쳐보면 멋진 새집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과거의 내가 쌓여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면 미래의 나는 지금부터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생각의 집을 리모델링해 보자.'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A4 용지 한 장을 반으로 잘랐다. 반으로 잘린 한 장에는 'Old House / 옛날 집'이라고 쓰고, 다른 한 장에는 'New House/새집'이라고 썼다. 옛날 집 종이 위에 '나에 대한 고정관념과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썼다. 새집 종이 위에는 '내가 정말 원하는 나의 모습'이라고 썼다. 리모델링을 위해 옛날 집에 무엇이 있는지 적어보았다. 


-나는 안돼!

-넌 해봤자, 안돼.

-네가 만날 그렇지 뭐.

-넌 게을러.

-성질이 나빠.

-네 맘대로야.

-배려심이 없어.

-화가 많아.

-짜증이 많아.

-충동적이야.

-항상 돈이 없어.

-빚은 언제 갚을래?

-끝까지 못하잖아.

-대충 해. 어차피 안될 거.


나의 옛날 집에는 나를 부정하고 믿지 못하고 비난하는 생각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치 주인 없이 방치되어 먼지 앉고 낡아버린 폐허같이 느껴졌다. 이런 곳에서 나의 몸과 영혼이 편안하게 지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인생은 수리가 됩니다. 반품은 안되지만>이라는 제목의 책처럼 내 생각의 집도 수리가 절실히 필요했다. 옛집에 있던 낡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덜어내었다.


이제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갖기 위해 수리를 하고 새로운 생각을 배치해야 했다. 그전에 우선 내 마음을 느껴보았다. 리모델링 후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으로 바뀐 집에서 행복한 웃음을 지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그들이 어떤 기분이 어떨지 상상했다. 진심으로 원하는 모습의 내가 되었을 때 느껴지는 행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기분을 오롯이 느끼며 '새 집'이라고 적은 종이에 나의 모습을 적었다. 


-여유가 넘친다.

-즐거운 일들이 항상 있다.

-감사와 사랑과 축복이 넘친다.

-통장에 돈이 계속 쌓인다.

-선한 능력을 나눈다.

-100명의 아이들을 후원한다.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나를 믿는다.

-가족들에게 사랑을 나눈다.


이렇게 적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서 행복이 가득 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겁고 낡은 생각들을 거둬내고 밝고 가벼운 것들로 생각의 집을 꾸미자 새집에 첫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설레었다. '나'라는 본질은 변한 것이 없지만 더 이상 과거의 낡고 허름한 집이 아닌 깨끗하고 단정한 집에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 비슷한 크기의 주택이라고 하더라도 집주인에 따라 그 내부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넓은 공간도 좁게 사는 사람이 있고, 좁은 공간도 잘 활용해서 넓고 쾌적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생각의 집도 마찬가지다.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으로 가득 차 있어 마음과 영혼이 쉴 곳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있다. 집은 휴식과 안락함을 제공해 주며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마음과 영혼이 머무는 생각의 집도 그와 같다. 무거운 생각들을 덜어내고 밝고 가볍게 리모델링을 해 보자. 그곳에서 진정으로 치유받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안락한 공간을 마련해주자. 원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생각의 집에서 밝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을 떠올리며 지금 바로 생각의 집을 리모델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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