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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Dec 28. 2021

BELT 샌드위치

와 이건 정말 끝내주네요

    요리학교 학교 수업 중에 가장 재미있게 실습했던 수업이 있었는데 4~5명으로 구성된 조가 돌아가며 학교 안에 있는 레스토랑을 운영해 보는 실습 과목이었다. 상대하는 고객들이 주로 학교 학생 들이거나 교직원들인지라 실제 레스토랑과는 살짝 다른- 실습하는 학생들이 조리와 판매, 정리는 물론이고 카운터도 보며 직접 매출 계산해 보는 거라 지금까지 들었던 이론-실습수업들과 달리 항상 생동감이 넘쳤었다.

내가 실습했던 시간대는 가벼운 아침 식사(주로 샐러드, 팬케이크, 과일이나 달걀 요리 같은 것들) 들과 브런치 (햄버거, 샌드위치, 수프 등등)를 준비해서 팔았었다. 브런치 인기 메뉴 중에는 클럽 샌드위치라는 것이 있었는데, 식빵 세 장 사이에 베이컨과 양상추 토마토 달걀 프라이와 치즈를 넣고 잘 쌓아서 만드는 샌드위치다. 언제나 샌드위치라곤 빵 두 장 사이에 속 재료들을 채워 넣는 게 전부인 줄만 알았던 시절에 알게 된 샌드위치 인지라 식빵이 세 장씩이나 들어간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면서도 이게 웬 낭비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처음엔 브런치 메뉴로 샌드위치가 있다고 하기에 꽤나 간단한 메뉴라고 생각했던 것은 정말로 크나큰 착각이었다.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만들어 놓고 파는 샌드위치가 아니라, 주문이 들어옴과 동시에 조리를 해서 만들어야 하는 샌드위치였던 것이기 때문이다. 

주문이 천천히 한 두 개씩 들어올 때도 있지만, 생각하지 못한 타이밍에 사람들이 몰려서 오거나, 동시에 많은 양의 주문이 한꺼번에 들어올 때 가 더 많다고 누군가 그랬던 거 같은데... 아직 만드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동시에 여러 장의 빵을 굽고 버터와 마요네즈를 바른 뒤 빠른 속도로 재료들을 차곡차곡 쌓고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끔 고정을 해서 자른 뒤 포장 용기에 보기 좋은 모양으로 담는다는 것이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한동안은 점심시간마다 샌드위치를 찾는 손님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노래를 불렀댔었더랬다.


한 번은 마감을 준비하며 청소를 하던 시간에 생각지 못한 다섯 명의 학생 손님들이 찾아왔었다. 공교롭게도 그날 준비한 재료가 다 소진된 햄버거 세트를 찾는 손님들이었기에 양해를 구해야만 했었다. 이미 마감시간이었지만, 영업시간을 잘못 알고 찾아온 학생들이 애처로워 보였는지, 홀(hall)에서 마감을 지켜보던 강사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급 제안을 했다. 오늘 주문한 음식은 다 떨어졌지만, 샌드위치는 가능한데 어떠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다들 흔쾌히 수락하는 바람에 주방에선 한순간 비상사태가 난 것 마냥 호들갑을 피우며 준비해야만 했었다. 열다섯 장의 식빵을 굽고, 베이컨을 굽는 동시에 달걀 프라이를 준비하고 냉장고에서 양상추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닦고 토마토를  써는 둥 바쁘게 허둥지둥 움직이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더니 “이런 것이 바로 레스토랑의 묘미 아니겠어!”라고 호탕하게 웃던 강사 선생님 앞에서 별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들었던 생각은 분명했다 ‘묘미 같은 소리 좋아하네 진짜!!’





서울의 한 카페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새로운 브런치 메뉴를 무엇으로 해야 하나 고민을 무척 많이 했을 때가 있었다. 기존에 있던 퓨전 한식이나 중식 메뉴보다 더 간단하면서도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고 또 겉보기에도 그럴듯해 보이는 소위 인싸 메뉴를 찾기 위해 팀원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했을 때였다. 누군가 고급 수제 샌드위치는 어때?라는 말에 샌드위치가 다 수제지 그럼 사다가 팔려고 했냐며 시답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는데, 문득 예전에 학교에서 열심히 만들었던 클럽 샌드위치가 떠올랐다. 왜 지금까지 생각을 못 했을까 싶을 정도로 잊고 있었던 메뉴였다. 물론 당시 팀원들과 팀장이 중식과 한식을 매우 좋아했기에, 메뉴들의 선택의 폭이 넓지 못했던 것도 한몫을 하기도 했지만서도.


처음에는 늘 그렇듯이 가감 없이 배웠던 그대로 만들어 본다. 마요네즈와 버터를 스프레드로 이용해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느껴지는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시식을 부탁해 보니 팀원들과 팀장의 반응들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었다. 다만 맛이 있다면서도 케첩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나중에 친한 동생에게 물어보니 맛 자체는 괜찮은데 뭔가 하나 더 들어갔으면 좋겠다 싶어 케첩을 뿌렸더니 자기는 딱 맞는다고. 

이대로 메뉴를 고정으로 하고 케첩을 따로 내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가 매번 따로 챙겨야 하는 게 번거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빵에 바르는 소스에 변화를 줘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샌드위치에는 치즈와 베이컨이 들어가지만 버터도 함께 들어갔기 때문에 자칫 헤비 한 느낌이 들 수도 있었다. 이 느끼함을 잡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캘리포니아 롤 같은 초밥 위에 뿌려주던 스리라차 마요 소스를 샌드위치 스프레드로 적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시도해 보니, 반응들이 한결 좋았다 "아까 것보다 이게 훨씬 나아요!"




일을 그만둔 지 5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생각나는 말 한마디가 있다. 새로 들어온 바리스타 직원 중 한 명이 가게 메뉴 중 제법 주문량이 많았던 이 샌드위치를 먹어보고 싶다고 하길래,  인사도 하고 친해질 겸 남아있는 재료들로 만들어 준 적이 있었다. 

어느 정도 겉치레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후한 반응에 깜짝 놀랐다 “와 이거 진심 맛있는데요? 나중에 가게 내시면 꼭 한번 찾아갈게요”






::BELT 샌드위치 만들기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0jDb26eVZ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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