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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의 커피책 Jul 21. 2020

커피,
이제는 알고 마실때도 됐으니까

메뉴판을 보고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들


매일 먹는 커피도 종류를 알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으니까






첫 번째, 에스프레소
짧은 시간에, 적은 양을, 진하게


곱게 간 원두에 고온, 고압의 물을 투과시켜, 빠른 시간 안에 추출해 내는 커피이다. 9 bar의 압력으로 추출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6 bar혹은, 6 bar에서 13 bar까지, 추출 중 변하는 압력으로 추출해 내기도 한다. 압력으로 짜냈다, 혹은 빠르다는 뜻으로, Espresso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이탈리아 같은 나라에서는 에스프레소로 커피를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고객들에게 그냥 마시기엔 부담스러운 음료로 통한다.


다양한 설명과 이름으로도 에스프레소를 표현할 수 있다. 


숏 블랙

호주에서 부르는 에스프레소의 다른 이름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의미로 호주에서는 '롱 블랙'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에 에스프레소를 비교해 농담삼아 숏블랙으로 부르기도 한다.


리스트레또

에스프레소보다 더 짧은 시간, 적은 양을 추출, 신맛과 단맛을 부각시키기에 적합한 음료이다. 

룽고

에스프레소보다 더 긴 시간, 더 많은 양을 추출, 다크 초콜릿 같은 맛이 더 강하다.


+리스트레또와 룽고는 특별히 다른 음료로 분류하기보다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다른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이 적절한 듯 하다. 


에스프레소 콘파냐(이탈리아어로 'con'은 '~와 함께', 'panna'는 '생크림' 혹은 '휩 크림'을 뜻함)

에스프레소 위에 차가운 크림 한스푼을 함께 제공한다. 에스프레소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손님들에게 추천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아포가토에 들어가는 아이스크림처럼 에스프레소 위의 크림이, 자칫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커피의 쓴맛과 어울리며 부드럽게 음미할 수 있도록 해준다. 


처음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빠져들땐 한없이 빠져드는 신기한 음료이다







두 번째, 아메리카노



그냥 먹기엔 너무 쓰고, 양도 작잖아? 물을 타야겠어



2차 세계대전 당시, 에스프레소를 접한 미국 병사들이 물을 타 먹은 것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더 가벼운 질감, 보다 많은 양을 즐길 수 있다. 아직까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에스프레소 대신, 우리나라 사람들이 점심시간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이기도 하다.


호주에서는 롱 블랙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에스프레소와 롱 블랙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첫 번째 의견으로는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다 물을 더한 것이고, 롱 블랙은 물 위에다 에스프레소. 즉, 크레마와 물이 섞이느냐, 아니냐의 차이로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아메리카노는 우리가 머그라고 부르는 12oz 잔에 주로 서브되지만, 롱 블랙은 6oz 잔, 혹은 튤립 잔에 주로 서브되기 때문에 들어가는 물의 양에 따라서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서브되는 컵의 레귤러 사이즈는 각 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기준이 되는 컵의 '보통'사이즈 일 뿐이며, 처음 물을 부어먹는 형태가 시작된 이유처럼 취향대로 물의 양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에스프레소에 물을 더해서 먹는 커피를 아메리카노, 혹은 롱 블랙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 억지로 큰 차이를 찾는 것은 무의미한 일인 것 같다. 들어가는 재료의 순서에 따라 맛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아메리카노를 마신 다음에야, 진짜 하루가 시작된 느낌이다






세 번째, 카페라떼와 카푸치노


달달한 음료가 아니에요


에스프레소에 스티밍 한 우유를 섞어 마시는 음료이다. 잘 뽑은 카페라떼와, 카푸치노에서는 우유의 단맛과, 부드러움,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설탕 단맛 말고, 흰 쌀알을 오래 씹을 때에 느끼는 그런 단맛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카푸치노와 카페라떼는 들어가는 우유와 우유거품의 양의 차이로 구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거품이 올라가는 것을 라떼, 비교적 많은 양의 거품이 올라가는 것을 카푸치노라고 일반적으로 부른다.

더해서 마끼아또라는 음료도 있다. 마끼아또는 이탈리아어로, '얼룩이 있는, 혹은 더럽혀진'이라는 뜻이다. 카페 마끼아또는 에스프레소 위에 밀크폼을 한 스푼 얹어서 만든 음료. 우리나라에는 캬라멜 마끼아또로 유명하지만, 이도 시럽으로 얼룩졌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잘 만들어진 스팀우유에서는 단맛과 고소한맛이 함께난다. 라떼의 가장 큰 매력이다






네 번째, 비엔나커피와 아인슈패너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커피, 하얀 모자를 쓴 달콤하지만 깔끔한 커피


'아인슈패너'는 1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를 뜻한다. 커피를 흘리지 않으며 먹고 싶었던 마부들이, 커피 위에 쫀득한 크림을 얹어 마셨던 것이 그 유래이다. 보통 카페에 가서 이 음료를 주문하면, 입을 대고 마시는 커피라고 안내해줄텐데, 설명을 잘 따라 본다면, 씁쓸한 맛의 커피를 따라 들어오는 달콤한 크림이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술을 좋아한다면, 고진감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부드러운 크림을 따라 들어오는 씁쓸한 아메리카노 예술이다





다섯 번째, 피콜로라떼와 플랫화이트


서브되는 컵과, 들어가는 우유량의 차이


들어가는 우유 양의 차이로 구분하면 될 것 같다. 상대적으로 작은 컵에 서브해주는 호주 커피의 특성상 플랫화이트란 메뉴는 카페라떼보다 적은 양의 커피와, 우유가 들어간다. 부드러운 느낌의 아주 가는 거품으로 스티밍하여 더한다. 정확한 레시피의 정의는 없지만, 라떼에 비해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우유가 주를 이루지 않는다는 전반적인 뉘앙스는 일치한다. 아메리카노와 롱 블랙을 구분하는 카페는 적지만, 카페라떼와 플랫화이트를 구분하는 카페는 많은 것을 보면, '두 가지 음료는 우유 양의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전반적으로 자리 잡아 있는 것 같다.


피콜로라떼는 상상하는 것보다 더 작은 컵에 서브된다. '컵이 생각보다 작구나. 이 집은 라떼를 진하게 만드는 편인가봐'라는 생각이 들면 대체로 플랫화이트일 확률이 높으며,  '이거 뭐야, 대체 이걸 누구 코에 붙여?'라는 생각이 들면 피콜로라떼에 가깝다. 라틴어로 피콜로(piccolo)는 '적은'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작다는 얘기를 표현한 것입니다.


아주 자그마한, 진득하고 고소한 라떼이다




마지막, 알면 좋고, 모르면 물어보면 되는 것들


스페니쉬 라떼와 오레그랏세


스페니쉬 라떼는 돌체라떼라고 생각하면 좋다. 연유가 들어간 커피, 혹은 설탕시럽도 같이 들어간 달달한 커피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오레그랏세는 일본에서 유행했던 커피로, 미관상 보기에도 이쁘고, 맛도 달달해, 인스타에도, 마시기에도 적합하다. 마티니 잔처럼 생긴 삼각형의 잔에 연유와 섞인 차가운 우유를 먼저 부어주고, 숟가락으로 에스프레소를 천천히 띄워 준다. 밀도차로 인해 생긴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층이 사진 찍기에 굉장히 좋다. 물론 맛도 있다.



딱보면 느낌이 오겠지만, 오레그랏세. 정말 예쁘다





카페마다 커피에 이름 붙이기 나름이기 때문에, 모든 카페의 메뉴가 다 똑같을 수는 없다. 글쓴이가 일하는 카페에는 매니저의 이름이 붙은 커피도 있다. 대체 이게 무슨 커피 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길 때에는 언제든지 부담 없이 앞에 서있는 바리스타에게 물어보는 것이 제일 좋다.


바리스타들은 자기가 파는 커피에 대해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사람들이다. 좋은 가게일수록, 좋은 바리스타일수록 더욱 그렇다. 질문하는 것을 실례라고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들은 오히려 행복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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