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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의 커피책 Jul 23. 2020

아메리카노만 커피가 아니랍니다

모르면 못 먹는 또 다른 추출 방법들

커피의 유래는 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여러 가지 기원설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어느 염소 목동이 염소가 먹는 빨간 열매를 마을에 가져옴으로써 시작되었다는 칼디 기원설이다. 이 염소 목동의 이름이 칼디이다. 그때부터 커피를 차로도, 열매 자체로도, 지금의 초코바처럼 에너지바로도 이용해왔다. 20세기 초반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등장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아메리카노가 커피 열매가 음식으로써 이용되었던 기간보다 상당히 짧은 것을 알 수 있다. 에스프레소가 없던 시기에는 어떤 방법으로 커피를 즐겼을까? 또 어떤 특징이 있을까?




첫 번째, 모카포트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에스프레소


지금은 크레마에 대한 오해가 많이 밝혀졌지만, 불과 몇 년 전에도 에스프레소의 정수는 크레마라고 여겨졌다. 황금빛 크레마는 일정한 압력 이상이 되어야 단백질과 이산화탄소가 뭉치며 볼 수 있게 되는데, 머신으로 뽑은 에스프레소만큼은 아니더라도, 간단한 방법으로 크레마를, 그리고 에스프레소를 뽑아낼 수 있는 도구 중 하나가 모카포트이다.


이탈리아 가정의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는 모카포트는, 사용법이 간단하고 추출에 필요한 시간도 짧다. 1822년 원뿔형 세탁통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추출기구이며, 이탈리아인 알폰소 비알레티가 1933년 특허를 얻어 이탈리아 커피 추출기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알레티사는 지금도 계속 모카포트를 만들고 있다. 예전부터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왔으나, 스테인리스나 도자기로도 만들고, 모양과 크기가 다양한 편. 에스프레소보단 굵게, 핸드드립보단 가늘게 분쇄하여 우려내는 것이 보통이다. 보일러 칸에 물을 담고, 커피 담는 통에 커피를 평평하게 깎아 넣은 다음, 불 위에 올려주면 된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 물이 끓으면, 끓는 물이 커피층을 통과하며, 길고 가는 관으로 올라온다. 뜨거운 물과 커피퍽이 있는 층이 좁은 관을 만나면서 압력이 올라가는 원리로 1.5 bar에서 2.3 bar까지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비알레티 제품에는, 추출된 에스프레소가 나오는 부분에 무게추를 달아, 그 압력을 4.5 bar까지 올릴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정수와 뜨거운 물을 사용해 커피를 추출해 비교해본 적이 있는데, 뜨거운 물을 사용한 쪽이 쫀쫀한 바디감과 좋은 향미를 주는 경향이 있었다. 추측하건대, 물이 끓는 데 까지 시간이 비교적 적어서, 높아진 내부의 열 때문에 커피의 향미가 날아가는 경향이 조금은 줄어들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모카포트 추출구에서 커피가 나오는 모습, 저 부분에 무게추가 달려있는 제품도 있다.



두 번째, 프렌치 프레스


묵직한 바디감, 혀에 감도는 쫀득한 커피


덴마크의 주방기구 회사인 보덤에서 개발하였다. 본래 커피가루와 물을 한데 넣고 주전자로 끓여마시던 것에서, 프랑스인들에 의해 스타킹 등을 써서 걸러 마시는 방법이 고안되고, 이것이 발전하여 프렌치 프레스의 원형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길게 생긴 원통형 유리잔에 비교적 굵게 그라인딩한 원두를 넣고 뜨거운 물을 넣어 우려내는 방식으로, 아마도 커피를 마시는 방법 중에 가장 간단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뚜껑에 달린 거름망을 아래로 밀어 건더기는 가라앉힌 뒤, 컵에 따라 마시면 된다. 물속에 오래 넣어두어 우려내는 방식이므로, 에스프레소 때처럼 너무 가늘게 그라인딩 할 경우, 쓴맛과 잡맛이 과하게 올라올 수 있으니, 그라인딩 포인트를 평소보다 조금 굵게 조절하자. 묵직하고 거친 바디감과 저온에서 우려내는 특성상 원두가 가진 특징이 잘 드러난다. 1겹의 유리컵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고온의 물을 부어도 금방 온도가 내려간다. 그래서 비교적 저온으로 우려낸다는 표현을 썼다. 즉, 커피 자체가 가진 퀄리티가 잘 드러난다는 것.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한 가지 원두를 며칠 동안 프렌치 프레스로 추출해 먹을 경우, 그 맛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금속필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따라 마시는 한 모금에서 유분기가 많이 느껴져 쫀득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그라인더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좋은 원두를 사용한다고 해도, 일정하지 않게 쏟아져 나오는 미분 때문에, 잡맛이 강하게 추출되는 도구였다. 가끔 혀를 휘감는 찐득한 바디감이 생각날 때에 내려먹으면, 늘 촉감을 만족시켜주던 도구이다.


에스프로프레스라는 것도 있다. 프렌치 프레스를 개선하여, 2011년 출시된 제품으로, 조밀한 이중필터로 침전물을 보다 많이 걸러주어, 보다 깔끔하게 커피를 추출할 수 있게 해 주며, 이중벽이 열을 잘 보존하여, 안정적이 추출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커피를 어렵게만 생각했다면, 프렌치프레스가 좋은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에어로프레스


이 방법도 맞고, 저 방법도 맞다.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도 좋다.


2005년 에어로비의 창업자인 앨런 에들러가 발명한 커피 추출기구이다. 맞다. 프리스비 할 때 사용하는 원반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 그 에어로비이다. 에어로비사 안에 에어로프레스 부서가 따로 있다고 한다. 형태는 마치 주사기처럼 피스톤 역할을 할 수 있는 원통 두 개가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다. 분쇄한 원두를 한 원통 안에 넣고, 뜨거운 물을 넣은 뒤, 원하는 시간만큼 우려내고 피스톤 형태의 다른 원통을 넣고 눌러주면 된다. 압력도, 온도도, 그라인딩 포인트도, 추출과정의 어느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게 에어로프레스의 큰 특징이다. 심지어 정방향, 역방향도 마음대로다. 다양하고 수많은 추출법들이 있어, 바리스타의 장난감이라고도 불린다.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카페에서 제공하기에는 워크플로우를 짜기가 까다롭다. 때문에, 에어로프레스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가 생각보다 많이 없어, 접하기가 쉽지 않다.


간단해 보여서 쉬울 줄 알았지만, 여러 가지 변수들을 컨트롤하기 가장 어려웠던 추출법이었다. 이것이 진정 내가 내린 커피란 말인가? 실망했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 지금은 포기하고 좋은 원두를 구하게 되면 가끔 시도해보는 편.



뭔가 뒤집어져 있는 것 같다면 제대로 본 것이다. 역방향 추출법이다.




네 번째,  콜드 브루


천사의 눈물, 잘 추출된 콜드 브루는 마치 위스키와 같다고 한다.


더치커피라는 이름으로도 국내에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항해하는 중에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 고안했다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1979년 당시 일본 교토에 있던 홀리스 카페에서 판매를 위해 만든 스토리텔링이라는 주장도 있다. 더치커피란 말을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대부분 사용하는 것을 보면 그 말이 사실 같기도 하다. '차가운 물로 추출한다'라는 의미의 콜드 브루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알맞은 것으로 보인다.


뜨거운 물로 추출하는 것보다 그 성분을 끌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하다. 카페에 가서 주위를 자주 둘러보는 사람이라면 물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이쁜 유리병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한 방울, 한 방울 떨어뜨리며, 몇 시간에 걸쳐 추출하는 점적식 방식과,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천에 분쇄한 원두를 넣어 10~12시간을 담가 추출하는 침출식 방식이 있다.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성분을 더 빨리, 더 많이 뽑아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맛과 과한 신맛, 혹은 쓴맛이 추출되는 것을 조절하기 어렵다. 반면, 차가운 물로 추출하게 되면, 시간은 오래 걸릴지 몰라도, 과한 신맛과 쓴맛의 추출을 줄일 수 있고, 추출된 후에 보관할 수 있는 기간도 늘어나게 된다. 물론 그 특유의 향미도 콜드 브루를 찾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나도 어렵지 않다. 콜드 브루용으로 쓸 원두를 그라인딩이 된 상태로 구매하여, 물과 함께 휘휘 저어 10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필터에 걸러 마시면 된다. 가게에서 마시는 것보다 거칠고 조금의 잡맛이 날 수도 있지만, 가격과, 감성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충분히 직접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콜드 브루의 특유의 향미는 기다리는 시간을 즐겁게 한다.


여섯 번째, 이브릭 커피


샌드 커피, 추출해내는 퍼포먼스가 대단하다.



터키 커피로써 많이 알려져 있다. 터키에서 커피를 내리는 도구로써 이브릭을 사용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그렇게 부르는 듯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많이 본 뚜껑 없는 국자같이 생긴 것은 이브릭이 아니라 제즈베이다. 이브릭은 뚜껑 있는 주전자이며, 터키 내에서도 실제 이브릭은 골동품 취급을 받기 때문에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제즈베에 담긴 물과 커피가루를 넣고 끓여버리는 화끈한 방식인 터키 커피는, 최근에 불 대신 달구어진 모래로 추출하는 샌드 커피 전문점들이 생겨나면서 국내에도 얼굴을 비추었다. 커피가루를 넣은 물을 직접 끓여버리는 방법이기 때문에 카페인 함량이 상당히 높다. 수업을 들었던 학생   명은 제즈베 커피를 연달아 3 마신  쉬는 시간에 구토를 하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당연하게도 커피와 물만 끓여마시는 것이 아닌, 각종 시럽, 설탕 등을 첨가해 먹으며, 쓸 것 같은 이미지이지만, 그 맛은 의외로 우리가 먹던 믹스커피의 진한 버전과 비슷하다. 맛있다


에스프레소 정도의 물 양과 한 스푼의 커피가루를 넣고, 불, 혹은 뜨거운 모래 위에 제즈베를 올린다. 거품이 보글보글 일어나며 끓으면, 온도를 내리거나, 제즈베를 들어 올려 사그라들게 한다. 이 과정을 세네 번 정도 반복한 뒤 컵에 따라내어 마신다. 실제로는 위의 물뿐만 아니라 건더기도 따라내어 마시는데, 이는 맛이 오랫동안 진하게 유지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그 거부감 때문에 필터에 걸러 내려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브릭이 아니라, 제즈베이다. 모래 위나 불에 올려 끓여 마신다.




이밖에도 핸드드립 커피와 배치 브루 등 더 많은 방식들이 있다. 핸드드립은 다룰 것이 많아 다른 페이지로 작성해 보려고 하고, 배치 브루는 방법의 변화라기보다는 트렌드의 변화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제외하였다. 많이 알면 알수록, 접하기는 쉬워진다. 지나가듯 읽은 이 글이, 새로운 커피와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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