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알아야, 첫 모금을 마실 용기가 생긴다.
이 커피는 왜 이렇게 비싼 거야?
바야흐로 스페셜티 커피의 시대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누구에게나 맛있는 맛'을 최고로 여기지 않으며,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위해, 더운 여름에도 먼 길을 찾아가는 것을 수고로 여기지 않는다. 커피는 한 잔 가격이 아닌, 원두의 그램으로 가격이 메겨지고, 산지별로 어떤 맛이 특징인지 꿰차고 있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천 원이 넘어가는 커피를 주문하는 것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카페들도 앞다투어 좋은 커피를 제공하고자 배우고, 변화하고 있다.
이천 원이면 살 수 있었던 기존의 커피들과 달리, 한 잔에 팔천 원, 더하게는 이만 원에 육박하는 커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요즘, 아직까지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사치를 좋아하는 '극성인 손님들'만 마시는, 비싸지만 맛없는 커피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본인의 입맛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을 좋아 보인다 하여, 세 배, 네 배 되는 가격을 주고 마실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겉보기에는 똑같아 보이는 커피가 왜 이렇게 비싸야 하는지. 대체 어떤 경험을 주기에, 이 가격에도 마시러 먼 길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지. 이 글이, 당신의 커피 세계에 새로운 문을 열어줄지.
그전에, 스페셜티 커피가 등장하게 된 배경과 그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느 날 연구실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변하는 수요에 맞추어, 점점 발전해 온 것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시작이다.
첫 번째, 제 1의 물결
마치, 각성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에티오피아에서 종자가 발견되고, 예멘을 거쳐 전 세계로 퍼진 커피는 유럽과 미국에도 닿게 된다. '보스턴 차 사건' 이후 영국의 홍차에 대한 반발감으로 커피를 마시는 것은 미국인들에게 애국적인 의무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미국은 커피의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로부터 다행히도 바로 옆에 있었다 커피를 수입하게 된다. 수입된 커피는 미시시피 강을 따라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간다.
시작된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 서부 개척은 무주공산을 점령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밤중에도 경계를 게을리할 수 없었던 시기에, 커피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각성제였다. '카우보이 커피' 불리는 이때의 커피는, 물과 커피가루를 함께 끓여 마시는 것으로, 풍미는 좋지 않지만, 간단하게 각성효과를 얻을 수 있어 널리 음용되었다. 이때의 커피의 키워드는 '간편함'과 '속도'였다. 카우보이 커피의 상업적인 가장 큰 히트작은 G.Washington 에 의해 처음으로 대량 생산되고, Nestle사에 의해 크게 인기를 얻은 인스턴트 커피 이다. 인스턴트 커피는 카우보이커피와 같이 간편하게, 그리고 빠르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사랑받았다. 물론, 품질을 포기한다면 말이다. 우리는 커피를 음료보다는 각성제로 소비하던 이 시기를 '제 1의 물결' 이라고 부른다.
인스턴트 커피는 두 차례의 전쟁을 통해 더욱 널리 퍼졌다. 참호 속에서 추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군인에게 커피는 따뜻함과 각성효과를 함께 주는 좋은 음료였던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대량 생산 시대가 찾아오면서 , 커피는 군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노동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간단하게 힘을 얻을 수 있는 음료로써 사랑받았다.
두 번째, 제 2의 물결
갓 로스팅한 커피예요, 아직 싱싱합니다!
변화는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다. 싱싱하지 않고, 맛이 없는 인스턴트 커피에 사람들이 점점 염증을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갓 로스팅한 신선한 커피를 찾는 수요가 새로이 생겨났다. 네덜란드인 커피 무역상 알프레드 피트는 다크 로스팅을 신봉하던 사람이었다. 커피의 제대로 된 맛을 알기 위해서는 커피가 까맣게 될 때까지 볶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1966년 버클리에 가게를 차리고 다크 로스팅한 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미국인들은 알프레드의 커피를 처음 마셔보곤 충격에 빠졌다. 평소에 마시던 커피보다 2배는 진했던 것이다.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새로운 맛에 흥미로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제리 볼드윈과 고든 바우커는 후자였다. 그들은 1971년 시애틀에 다크로스팅 된 원두를 파는 가게를 차리고 가게 이름을 '스타벅스'라고 지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스타벅스는 그저 원두를 파는 스토어였지, 지금처럼 음료를 파는 가게는 아니었다. 스타벅스의 변신은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를 인수한 1987년부터 시작된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바를 미국식으로 적용시킨 하워드 슐츠는 진한 에스프레소를 먹기 힘들어하는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추어 물을 탄 미국 스타일의 묽은 커피, 아메리카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제 2의 물결을 선도한 기업이었고, 고급 커피의 표준을 만들었다.
익숙한 맛은 사랑받는다. 적당해서 누구에게나 맛있는 맛, 그래서 실패할 위험이 적은 맛. 스타벅스는 그런 브랜드였고, 긴 시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동시에 같은 맛의 커피와 음료에 싫증을 내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 커피를 집에서 내려마시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바 안에서 어떻게 커피가 만들어지는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수요가 생겨났다. 획일화된 맛이 아니라,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경험을 찾길 원하는,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이런 사람들로부터 제 3의 물결이 시작됐다.
세 번째, 제 3의 물결
적당히 시고, 단맛이 좋은 커피 추천해 주세요
커피는 생산지의 기후와 풍토에 따라, 고도와 품종에 따라, 로스팅을 어느 정도로 하느냐에 따라, 또 어떤 추출기구로 추출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또 여러 곳의 커피를 섞지 않고, 한 곳의 원두만 모아 추출하면, 개개의 특성을 더 잘 느낄 수 있으며, 에스프레소로 추출하지 않고 핸드드립으로 추출하면, 필터에 유분기가 어느 정도 흡수되어, 비교적 깔끔하고 정갈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제 3의 물결은 이런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 커피'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작은 창고 안에서 허접한 로스팅 기계 하나로 장사를 시작하면서도, 최고의 커피만을 취급하고자 하는 정신을 지금까지 이어온 사람이 있다. '제임스 프리먼',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블루보틀'의 창업자이다. 모든 것을 오직 스페셜 티 커피의 '맛'에 초점을 맞춘 블루보틀은, 매장 내 와이파이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것 말고 커피에 온전히 집중하도록 한 것이다. 로스팅 한지 48시간 내의 커피만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으로 시작된 블루보틀은 스페셜 티 커피를 찾는 사람들에게 그 단순함과 깔끔함, 그리고 전문성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블루보틀'은 제 3의 물결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브랜드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각성효과만으로 커피를 소비하지 않으며, 자신의 입맛이 원하는 커피를 추천받기 위해, 커피를 표현하는 법을 배워 보기도 한다. 이제 커피는 잔에 담긴 음료를 넘어, 바리스타가 자신의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까지도 포함되었다. 마치 가수의 퍼포먼스를 보듯이, 자신의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를 촬영하고, 신기해하며 구경한다. 덕분에 여러 가지 추출법이 활발하게 고안되고 있으며, 기능뿐 아니라 미적인 부분도 향상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더 자세한 곳으로, 그리고 더 넓게 향해가고 있다. 한 잔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 바리스타가 10분간 정성 들여 추출하는 커피는, 아메리카노에 비해 비효율적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스페셜 티 커피를 찾는다. 새로워서 불쾌할 수도, 흥미로울 수도 있는 불확실한 선택이, 기대감과 설렘이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다.
스페셜 티 커피가 등장하게 되는 배경과, 각 중요한 기점에서 대표적인 기업들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이제, 스페셜티 커피가 객관적으로 무엇인지, 대체 어떻게 경작하고, 관리하길래 이렇게 높은 가격에 판매가 되는지. 또 스페셜 티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매력에 빠진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네 번째, 스페셜티 등급의 기준과 매력
먼저, 범국가적으로 공인된 국제기구가 없다는 것을 알고 넘어가자. 국내, 해외의 모든 단체들은 민간단체들이며, 심지어 엄청나게 많기도 하다. 따라서 스페셜 티 커피의 등급이 단체마다 다를 수도 있으며, 공신력 있는 단체가 선정한 것이 아니라면, 구매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1978년 커피 국제회의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이며, 전 세계 유통되는 원두 중 7~9%만이 스페셜티 커피에 해당한다. 그 기준은 이렇다. 원두 350그램 당 결점두가 5개 미만이어야 하며, 커핑(커피의 향미와 품질을 여러 사람의 주관적 지표를 모아 객관화시키는 일종의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기록한 커피여야 하고, 퀘이커가 없어야 하며, 향미의 각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더해서, 생산지의 농장과 품종이 단일하고 분명한 커피여야 한다.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의 스페셜티 기준이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세세하다.
가장 큰 매력은 '새로운 경험'이다
품질과 가공방법의 잘 관리되고 있다는 것에 더해서, 스페셜티 커피의 또 다른 매력은 기존의 커피에서는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스페셜티 커피의 기준을 봐도, 향미에서의 두드러지는 특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다시 말하면, 납득이 될만한 특성이 맛과 향에서 나타나는 커피만이 스페셜티 커피라는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한 번쯤은 원두의 겉봉투라거나 메뉴판에서, 청사과, 포도, 자몽, 혹은 시나몬과 같은 과일과, 향신료의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과 같은데, 이 커피를 마시면서, 느낄 수 있는 두드러지는 향미들을 미리 소개해주는 것이다. 이런 향미들에는 지역적 특성, 고도, 로스팅의 정도, 추출방법, 커피의 품종 등 여러 가지 것들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똑같은 품종이라도, 농장마다, 가공방법마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향을 경험할 수 있다. 최근에 집중적으로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커피의 가공 방법인데, 커피 열매에서의 점액질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이 다음에는 커피의 가공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이제는 특정한 향미를 부각시키고, 더하는 목적으로까지 발전하면서, 그 맛의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슈로 떠오른 가공법은 앞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점점 소비자들이 생산부터 추출까지의 모든 과정을 알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이에 따라 국가 간의 원두 특징은 줄어드는 반면에, 커피의 품종이나, 가공법 및 노하우가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커피맛 캔디, 커피맛 우유 등 에서 느껴지는 향과 맛 때문에서인지, 사람들의 머릿속에 '커피'라고 하면 느껴지는 강렬한 맛이 있다. 불호가 거의 없이 사랑받는 것을 보면 좋으면서도 씁쓸하다. 볶아진 콩의 형태로만 커피를 만나본 사람들은 커피가 커피체리의 씨앗을 볶은 것이라는 걸 잘 모른다. '커피는 과일차이다.' 이런 신선한 시각이 도움이 된다. 커피에서 향긋한 맛과 산미, 혹은 커피에서 느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해본적 없는 자두향, 복숭아향, 심지어 수박과 멜론의 향까지 날거라는 것이 조금은 받아들여졌길 바란다.
음, 그거 바리스타들끼리만 공유하는 그런맛 아니에요?
완전히 부정할 순 없다. 향기는 맛과 달라서 알고있던 향미만 캐치할 수 있으니까. 훈련을 한 바리스타들이 잡아낼 수 있는 향이 더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바리스타들이 제일 경계하는 것이 '우리들만의 리그' 인걸 알아 주길 바란다. 느껴지는 향미와 맛 중에서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질수 있을 만한 표현을 연구하고, 다수의 바리스타들이 확연히 느껴진다고 하는 향미만 컵 노트로 적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을 말이다.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는 방법은 와인을 즐기는 방식과도 같다고 한다. 알면 좋지만, 그렇다고 꼭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스페셜 티 커피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특성을 알고, 감각과 더불어 머리로 함께 즐길 수 있는가 하면, 가지고 있는 자세한 이야기들은 알지 못해도, 단순한 오감적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 소비자의 선택 문제인 셈이다. 내가 마시는 이 커피가 어디서 왔고,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 그것이 스페셜티 커피가 줄 수 있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