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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의 이너콘서트 May 11. 2021

글쓰기 수업이 내게 남긴 것

브런치에 게으름을 부리며

금방 달아올랐다 식는 냄비 근성 탓인지, 아니면 집 안팎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이 너무 많이 밀려왔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글쓰기에 집중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던 어느 날, 차라리 한 템포 쉬어갈 때라 생각하고 분위기도 바꿔볼 겸 오프라인 글쓰기 강좌를 찾아 등록을 했다. 


이런저런 글을 많이 끄적거려봤지만 생각해보면 내 글에 대해, 내 문장에 대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궁금했다. 얼굴을 가진 오프라인의 타인들에게 내 문장은 어떻게 읽혀질까? 내 문체는 어떻게 전달될까? 혹시 너무 어설퍼서 안쓰럽게 읽히지는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글쓰기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을 법한 다른 수강생들은 어떤 글을 쓰고 있을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수업은 8주 동안 매주 한 편의 글을 써내면, 선생님과 수강생들이 함께 읽고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남자 수강생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조금 어색했지만 방역지침에 따라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자리도 멀리 떨어져 앉아서 수업을 들으니 조금은 어색함을 덜 수 있었다. 나는 늘 맨 뒷자리에 앉아 다른 수강생들의 뒤통수와 간간히 보이는 마스크 쓴 옆모습을 보며 수업을 들었다. 


초반에는 눈에 띄는 글이 없었다. 선생님의 피드백은 조심스러웠고, 수강생들도 아직은 어색한지 좋았다는 말 이외에 많은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과제를 서너 번 제출하면서 강의실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우선 수강생들의 글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대담할 정도로 솔직하고 감동적인 글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장력이나 글의 구성과 같은 기술적인 것은 부차적인 문제로 보였다. 솔직함만큼 강력한 무기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선생님의 피드백은 여전히 친절하고 배려 깊었지만 각 수강생들의 스타일에 따라 좀 더 날카롭고 명확해졌다. 그렇게 8주 간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일주일에 한 번이었으니 더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 글쓰기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이었다.


글쓰기의 많은 어려운 점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은 솔직한 글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그대로 나 자신을 드러낼 용기.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걸 깨달았다.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 이 얘기, 저 얘기 끌어다 놓는 통에 정체불명의 잡탕밥 같은 글이 돼버리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글을 좀 더 단순하게 쓰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자꾸 뭔가 부연설명을 하려고 했던 건 내 글에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간결하게 장면을 보여주고 독자에게 자유로운 해석과 공감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을 때 내 글에 대한 선생님과 수강생들의 반응이 훨씬 더 좋았다.


글은, 써도 써도 쉬워질 일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한 달에 세 편의 칼럼을 쓰고 계신 선생님도 마감이 다가오면 안쓰러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죄송한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나에게 위안이 되기도 했다. 글쓰기의 고통을 통한 유대감이라고나 할까. 


선생님은 내 글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제 하산해도 좋으며 에세이는 그만 쓰고 소설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얘기했다. 농담으로 하신 말씀인지는 모르겠으나 진심이라 믿고 싶었다. 사실, 소설은 내년쯤부터 쓰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글쓰기 강좌 덕분에 생각도 많이 정리가 되어 굳이 소설을 미룰 필요가 없어 보였다. 내 글쓰기 여정의 다음 단계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 브런치는 브런치대로, 소설은 소설대로 천천히 병행하면 되겠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글쓰기 강좌나 합평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하는 분들도 꽤 있다. 그 짧은 시간동안 글이 얼마나 늘겠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로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기는 했지만)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주변의 글쓰기 강좌를 찾아 들어보라고 권하지 않을 수 없겠다. 각자의 처한 상황과 글의 수준이 제각각일 지라도, 글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많은 것들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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