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도련 Jul 27. 2020

춥다면 양달로 걸어

<피하게 되는 관계>에 대하여



나는 관계를 소중히 하지 않는 사람이 싫습니다.

소중히 한다는 것은 연락을 줄기차게 하거나 무언가를 계속 선물한다거나 자주 만나는 것에 한하지 않습니다. 소중함을 말하는 법이 모두 다르니까요.

누군가는 묻습니다. 그럼 마음을 재는 온도계 같은 것이 있냐고요. 어떤 사람이든 가장 정확한 온도계가 가슴에서 뛰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왠지 모르게' 혹은 '이상하게'라는 말을 붙이며 그 사람에 대한 불편을 표합니다. 머리는 모르는 나의 온도계가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나타난 <저온>에 놀라 즉시 관계를 단절하지 않아도 됩니다. 추위는 장시간, 꽤 오래 바람을 맞아야 찾아온다고 합니다. 서늘함과 다르지요. 관계에 추위를 느끼면 나도 모르게 따뜻한 곳만 찾아다니게 됩니다. 볼이 빨개진 겨울에 양달로 걷는 것처럼요. 나를 늘 춥게 하는 이가 있다면 나는 곧장 양달로 향할 겁니다.

내가 햇볕이 드는 길을 골라 걷는지 머리는 모릅니다. 그건 단지 본능일 뿐이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기초 기프티콘 수급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