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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도련 Jul 19. 2020

나는 돼지우리에 삽니다

지옥철보다 더 지옥 같던 퇴근길


세상 참 불공평하다.
꽉 찬 해로 24년밖에
살지 않았지만 그래도.

퇴근하고 지쳐서 돌아온
아파트 단지.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경비 아저씨가
잠시만 부탁한다며
너무 미안한 표정으로
문 열림 버튼을

눌러달라고 하셨다.

영문을 모른 채로
눌러드리고 있는데
코로나 19로 내부에 달아놓은
공용 손소독제를 급하게
몇 번 짜내시고는 또
사과를 하시고 내리셨다.

7시, 아마 저녁 휴식시간이라
저녁밥을 드시려고 한 모양이다.


따로 식사 공간이 없어서
항상 종이백 같은 것으로
작게 난 경비실 창문을
가리고 앉아 드신다.

모두가 누구 하나
옮길까 두려워 집 안에
있는 이 시점에 묵묵히
업무 끝에 맞이하는
끼니 바로 전.

하지 않으셔도 될
미안합니다를 여러 번 하시며
모서리에 달랑이는 저것을
무엇이라도 되는 것처럼.

손을 닦으시는 그분을
보며 오르는 층수 내내
마음이 마구
어질러진 기분이었다.

외출 바로 직전의 내 방처럼.
우리 엄마의 표현으로는
돼지우리라고 불려지는데


맞다. 우리 아파트는 돼지우리다.



- 2020.04.09

지옥 같던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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