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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de May 19. 2023

미추 - 사랑의 미학

[어감] 어색한 감정 시리즈

<사랑의 미추>


아름다움만 존재해도 부족할 것 같은 사랑에 추함은 자리할 곳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모든 사랑에 미추가 있다고 일반화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사랑을 좇는 이유는 아름다움을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사랑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 과연 이상적인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종종 내리사랑보다 큰 사랑은 없다고 말하며 그것이 사랑의 이상(理想)이라고 표현한다. 이상은 철학에서도 이성이 추구하는 본질로 묘사하곤 한다. 그러므로 나는 개인적 경험 속 사랑의 이상을 먼저 관찰해 보고,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기술해보고자 한다.


 내가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결핍에 대해 충족을 해주는 것은 젖일 것이다. 배고픔은 맑은 젖으로 인해 충족되며 그 순간 눈 맞춰주는 사람은 나의 엄마다. 그 순간 어린 나는 사랑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점점 커가며 나는 다른 사랑도 느낀다. 매일 아침 나를 깨워주는 엄마의 목소리, 따뜻한 밥상, 아빠의 포옹과 갖가지 선물들, 할머니 할아버지의 온정 넘치는 손길. 그 속에서 사랑의 아름다움을 무의식으로 느끼면서 커왔기에 우리는 모두 사랑을 좇으며 살아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연 아름다움만 있었는가? 어릴 적 부모께 혼나지 않고 살아온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잘못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아빠에게 따끔하게 혼나기도 하고, 때로는 엄마아빠의 다툼을 마주하기도 한다. 사회에서 힘겹게 일하고 온 아빠의 무뚝뚝한 시선을 보며 당황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성장과정에서 나에게 혹은 엄마아빠에게 아름다움뿐만 아닌 추함도 당연하게 인정하며 커 왔음을 우리는 쉽게 상기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개의 속성이 구별된다고 볼 수 있는가? 우리는 혼난 후에 엄마아빠와의 다정한 대화 속에서 다시금 견고해진 사랑을 온 가슴에 품는다. 엄마아빠의 다툼 후 내가 부리는 애교 섞인 울음에 그 둘은 진솔한 대화를 하며 화해하곤 한다. 혹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 둘은 다시 함께 투닥거리며 여생을 살아가기로 한다. 따뜻한 가정에서 하룻밤 푹 쉬고 난 우리 아빠는 금세 활기찬 목소리를 가지며 다녀올게 인사하고 출근길에 오른다. 여기서 우리는 알 수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은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둘은 상호적이어서, 한 가지가 있어야 다른 하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행복이 있어야 우울을 느낄 수 있고, 우울을 느껴야 더 큰 행복을 가질 수 있다는 말처럼 반대되는 속성을 가진 것들은 사실 하나의 표상 속 양면적인 모습임을 떠올려야 한다.


부모의 사랑과 비슷한 형태를 가진다고 말하는 자녀의 연애도 살펴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 서로의 다름이라는 아름다움에 홀려 처음의 관계를 맺는다. 서로의 교류가 심화되고 애정이 깊어지는 단계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추함도 엿보게 된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운 마음에 조용히 피하곤 하지만, 상대방이 편해진 우리는 쉽게 이것을 비난하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며 너의 추함을 공격하고 만다. 자주 다투게 되고, 몇몇은 추함을 이해하거나 포용하지 못해 끝맺고 만다. 하지만 이 과정을 잘 거친 연인은 자신의 부모가 자신에게 주었던 내리사랑처럼 이상적인 사랑을 상대방에게 선사하고 싶어 한다. 이 이유를 골똘히 생각해 보았는데, 결국 상대방의 미추를 이해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추를 용서하고, 미추를 인정하고 발전시키는 양상도 보이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 속에서 나의 추함도 너그러이 이해해 준 상대에 대한 이상적인 사랑의 감정과 애정이 더욱 두터워진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사랑의 진정한 미학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진정한 사랑의 미학은 미와 추를 모두 포함하는 것에서 얻어진다.


 이상적인 내리사랑에서도 알 수 있듯, 사랑은 다양한 형태와 측면을 가지고 있으며,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추함이라는 요소도 함께 존재할 수 있다. 사랑은 결코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 상처나 아픔도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추함은 사랑을 더욱 진솔하고 강력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대체로 사랑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것, 그리고 서로에게 지지를 주는 것 등을 포함하는 아름다움의 요소가 비중을 차지하며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의미 있게 느껴질 수 있다. 이어서 때로는 어렵고 고통스러운 선택을 요구하기도 하는 추의 성질도 가지고 있지만, 이를 극복한다면 더욱 강한 사랑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랑의 아름다움과 추함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함께 성장하고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다. 사랑의 아름다움은 완벽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추함을 이해하고 추를 아름다움의 방향으로 승화시키는 힘에서 나오는 궁극적인 사랑의 매력은 우리를 사랑에 목매게 하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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