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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de Jun 01. 2023

사랑 - 사랑의 속성

[어감] 어색한 감정 시리즈

 

 어감을 쓰기로 하고는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든 생각. 어쩌면 지금까지 어감시리즈를 쓰면서 모든 주제에 사랑을 녹인 것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의미 부여하고 있는 모든 것에 나의 사랑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왜인지 이번 주제를 쓰면서는 그동안 썼던 에세이와 그 속에 담긴 나의 경험을 한 번 더 거꾸로 돌아보고 다시 파악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랑은 사람의 인생 전반에 걸쳐 있다. 그 자체로 불명확하고 비이성적이며 미완성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랑의 속성을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나는 고민 없이 안에서 밖으로 향하는 방향성이라고 할 것이다. 그저 주는 것 같다. 사랑을 받기만 한 사람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다. 이전 에세이를 쓰면서 남자친구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지만, 사랑을 논하는데 개인적 경험을 쓰라고 한다면 앞으로도 빠지지 않을 대상이라 또 언급해보려 한다. 난 그 사람과 인생의 1/5을 함께했고, 지금까지의 20대를 전부 함께했다. 이 시간의 연결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해하고 존중했다. 아무튼 모든 긍정적인 감정의 총체가 사랑인 것 같다. 인내, 협력, 공감 등 그런 것 말이다. 우린 아직도 내가 누군지, 네가 누군지, 그리고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불명확). 어린 너와 나는 미성숙했고, 지금도 그렇다(미완성). 우리는 종종 감정적인 모험을 한다(비이성). 그럼에도 너는 나에게 사랑을 주려 노력하고, 나도 너에게 그러하다. 서로에게 좋은 의미를 찾고, 나눈다. 상호작용은 내가 너에게 주고, 너도 나에게 주어야 가능하다. 결국 내 안에서 너로 향하는 방향성을 사랑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는 좋은 활력이 되어 관계를 지속시킨다. 여기서 우리는 사랑의 또 다른 속성을 눈치챌 수 있다.


 바로 지속이다. 즉 사랑은 비충동적이다. 우리는 암묵적으로 다른 이성과 성적인 관계를 맺지 않는다. 이는 배려라는 부드러운 말로도 설명할 수 있지만, 벗겨보면 결국 충동성을 억누르는 것이다.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사랑은 길고 굵을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인 것 같다. 생리학자들은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등 사랑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논하며 ‘사랑의 유효기간은 2년’이라는 말을 만들어냈지만, 이렇게 얘기를 하는 학자들은 역설적으로 좋은 가족의 가장인 경우가 많다. 결국 비충동성이 이상적인 사랑과 가까운 것이 아닐까.


 나에게 사랑은 살아감의 목적 같다.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주지 못하는 것이 정말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마치 어떠한 물체와도 같아서, 받아본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 같다고 쉽게 생각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나에게 사랑을 줄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나 스스로를 진실되게 사랑할 때 그 힘은 내리사랑보다도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진실된 사랑을 딱 한 번씩이라도 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이 한결 살기 좋아질 것이라 감히 생각해 본다. 이는 곧 진정성 있는 자기 이해와도 같다. 나를 소외시키지 않고 똑바로 마주 보는 것. 나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분노해 보고 이해하며, 반성해 보는 것. 내가 나를 기만하는 원인을 회피하지 않는 것. 내가 혐오와 수치를 느끼는 이유를 탐색해 보는 것. 내가 느끼는 미와 추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 모습 중 미와 추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해 보는 것. 나와 우정을 나누는 사람들의 공통된 속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이 모든 자기 이해가 사랑을 알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어감을 연재하며 에세이를 쓰는 과정에서 이상적인,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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