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 일지(6)
휴무일이다.
날은흐렸는데 미세먼지 때문인지 구름 때문인지 분간이 어렵다. 날은 푹하다. 영하 2도는 웃어버리는 날씨다. 개를 데리고 천변에 나갔다. 평소 똥 눌 자리를 꼼꼼하게 찾는 녀석인데 밤새 참았는지 길가 갈대 밑동에 자리 잡고 허리를 활처럼 구부린다. 얼음장도 풀렸다. 얼음과 물의 경계 김 오르는 물에서 백로와 오리가 조찬 회의를 하는지 오종종 모였다.
아침 먹자마자 기계톱을 들고 집앞 공터에 나갔다. 공터는 우리집 주차장으로 쓰는데 얼마전 이사온 집에서 화목용 상수리나무를 한 차 쏟아놓았다. 남편은 작년에 화목보일러를 들이고 갑자기 세상을 떴단다. 친구들이 반쯤 잘라주고 간 나무를 아줌마가 시장 캐리어에 두어 토막씩 싣고 나르는 걸 보았다. 나머진 내가 시간날 때 잘라주마고 했다. 어떤 날은 딸이, 어떤 날은 딸의 남자친구가 와서 나무를 날랐다. 며칠 전 내린 눈이 나무 사이에 쌓였다. 기름과 오일을 채우고 부릉부릉 시동을 걸었다. 아홉 시가 지났으니 빌라 사람들도 출근한 시간이다 110데시빌의 엔진톱 소리는 비행기 소음과 맞먹는다. 산판일을 오래 한 사람은 난청을 앓는다. 나무 위를 조심스레 밟아가며 나무를 끊어냈다. 마력이 작아도 톱은 독일산 스틸(STIHL)이니 쓸만하다. 산판일 할 때 쓰던 스틸230은 이십 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영면했다. 한참 톱질하는데 딸이 나온다. 병원에서 재검을 하고 처방을 받아 올 거란다. 목이 아픈지 말하면서 인상을 찡그린다. 이틀은 앓아야 차도가 날 것 같다.
한 시간쯤 베니 아래에 깔린 나무가 보였다. 나무를 걷어내면 다시 잘라주기로 하고 일을 끝냈다. 온몸이 톱밥더버기고 머리에 허연 김이 폴폴 오른다. 수영장 가기 전 샤워부터 하기로 한다. 아내는 회복기에 들어섰다. 밀린 집안일 하느라 바쁘다.
한 시간 내리 수영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센터 스노클이 도착했다. 내일부턴 영법 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