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진심이었는데, 넌 아니었구나.
"미미한테 연락해 봐, 네 연락은 받겠지."
워크숍에서 돌아온 뒤 월요일. 출근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미미는 출근하지 않았다. 미미네 팀장님은 나한테 연락해 보라했지만 이미 미미는 토요일 저녁부터 내 연락에 답장하지 않은 상태였다. 전화도 문자도 받지 않았다. 나도 연락이 안 된다고 말했는데 못 믿겠다며 내 핸드폰을 가져가서 미미에게 통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난 회사 내에서 불신의 아이콘이었나 보다.
다음 날, 그다음 날에도 미미는 답이 없었다. 며칠 내내 회의실에 불려 가서 평소에 미미와 나눴던 대화 중 퇴사와 관련된 말이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받아야 했다. 나는 정말 아는 게 없었다. 미미가 퇴사하고 싶다는 말을 꺼낸 적도 없었을뿐더러, 워크숍 때 빌려간 맨투맨을 월요일에 빨아서 가져다주겠다고까지 했다. 답답한 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자꾸만 나에게 캐물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미미가 무단결근을 한지 일주일이 지나자 퇴사처리가 되었다. 미미의 자리에 있던 물건들은 나에게 맡겨졌지만 주소를 몰라 전해 줄 방법은 없었다. 미미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불똥은 나에게까지 튀었다. 미미가 퇴사한 뒤 회사는 더 이상 19살 신입을 뽑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다시는 동갑 친구를 사귈 수 없다는 뜻이었다. "어린애들은 원래 책임감이 없어"라는 말을 밥먹듯이 하며 눈치 보게 만들기도 했다. 다시 회사가 불편해졌다.
회사가 불편한 건 원래 그랬기에 참을 수 있었다. 이렇게 불편한 회사를 버린 미미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나까지 버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처음엔 걱정이 되어 며칠 내내 무슨 일이 있냐며 근심 어린 문자를 보내다가 나중엔 대답 없는 대화방에 버럭 화를 내었다.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냐고, 우리 친구 아니었냐고.
지금도 미미가 잠수 탄 이유를 알지 못한다. 짧은 우정이었지만 나는 모든 걸 내어줄 만큼 진심이었는데, 너는 아니었구나. 친구를 잃은 슬픔도 힘들었지만, 날 불쌍하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더욱 마음의 문을 닫았다. 이제 정말 아무에게도 열어주지 않으리라 자물쇠를 겹겹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