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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나나 Mar 20. 2024

00. 세상에 내가 샤워부스에서 씻고 있다니

혼자 사는, 혼자 살, 혼자 살았던 이들에게.

 방금 샤워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내가 샤워부스에서 씻고 있어.'

정말 뜬금없었지만 이 생각이 나를 다시 브런치에 로그인하게 만들었다.


 자취 8년차. 혼자 살면서 생긴 꿈이 하나 있었다. 샤워부스를 갖고 싶다는 꿈. 욕조도 아니고 웬 샤워부스?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원룸에서 욕조는 감히 꿈꿀 수 있는 범주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원룸 화장실은 매우 좁다. 샤워 공간, 세면공간이 분리되어있지 않다. 샤워 한 번 하면 몇 시간은 변기까지 축축해진 화장실이 마르길 기다려야만 했고, 화장실 슬리퍼는 매번 젖어있어 제 기능을 못했다.


이 어딘가 웃긴 꿈을 어떻게 이뤘나 삶의 테이프를 되감다보니 비누거품을 씻어내는 손이 급해졌다. 당장 샤워를 마치고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하고 싶은 일임과 동시에 가장 엄두가 나지 않아 미루기만 했던 글쓰기를 다시 해보려 한다. 진부하지만 혼자 사는 이야기로.


 처음엔 자취라는 게 마냥 설레었지만 그 설렘이 끝난 뒤엔 혼란과 두려움, 적막함,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런 감정들을 종종 만난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참 별거였다. 근데 그 별에 별 것들을 오롯이 혼자 돌파하며 살아내니 어느새 더 단단한 내가 되어있었다. 살아가는 방식에 노련함이 생기는 게 신기할 때도 있다. 그럴 땐 내 오른쪽 손으로 엉덩이를 톡톡 쳐주며 칭찬해주고 그럼 엉덩이는 또 신났다고 씰룩댄다.


주변 친구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자취하면 돈 많이 들지??", "안 외로워? 안 무서워?".

돈 많이 든다. 종종 외롭기도 하고 무서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혼자 살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돈도, 외롭고 무서운 것도 마음만 달리 먹으면 결국 다 괜찮아진다. 그리고 사실 돈 주고도 못 배우는 것들을 배우게 된다는 게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다.


라고 말해도 여전히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이기도 하고 부모님의 반대를 못 이겨서도 있다. 이렇게 내 주변에만 한 둘이 아닌데 비슷한 사람들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고작 내 8년 치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비록 큰 도움이 되진 못하겠지만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 글이 용기로 닿았으면 좋겠다. 또, 이미 혼자 사는 이들에겐 공감되는, 혼자 살았던 이들에겐 추억을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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