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고민
사실 더 대단한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게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회사원도 되기 어려웠다.
학창 시절 늘 우등생이었던 나는
좋은 성적만으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취준을 하며 아무리 대단한 스펙을
꽉꽉 채워 넣어도 빈번히 서류에서 떨어지니,
나 스스로가 너무나 하찮게만 느껴졌고 자신감은 바닥을 쳤다.
계속되는 실패를 경험하고 나니,
평범하다고 무시했었던 회사원이 되는 것이 너무나 간절해졌다.
그래도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믿음은 있었기에
지독하게 열심히 했고,
남들이 문제집 2~3권 풀 때, 나는 10권을 풀었고
없는 돈 써가며 비싼 면접 코칭도 받아보고,
내가 노력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던 것 같다.
(유명 취업카페 공모전에 취준경험을 작성해서 제출하여 1등을 하기도 했다.)
너무 지독해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나니, 결국 합격이라는 결과가 쥐어졌다.
어려웠지만 결국 대기업에 입사했고,
지내다 보니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은 내가 상위계층에 속해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다들 학벌이 좋아서 그런지,
아님 입사하기까지 역경이 커서 그런지,
그만큼 고생해서 온 "회사"란 곳을
사회에서 꽤 좋다고 속하는 곳이라 여기며 다니고 있었다.
과학자가 아니라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는데도,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모님도 참 좋아하셨다. 다행히도 여전히 자랑스러운 자식일 수 있었다.
월급을 받았고, 엄청 큰 금액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대기업이니 이게 남들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다.
저금도 좀 더 할 수 있고,
차를 살 수 있게 해 주고,
주말엔 맛있는 음식 사 먹는 걸 가능하게 해 준 게 월급이었다.
기숙사와 삼시 세끼가 제공되어 평일엔 돈을 아예 안 쓰니, 주말엔 소비 수준이 높아졌다.
돈 때문에 대단히 무언가를 못하는 일은 없었다.
대기업 3년 동안 나의 월급은 변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학교도 직장도 항상 상위 그룹에 속해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나의 재산은 상위가 아닌 것 같았다.
이제껏 정해진 공부만 하다가 처음으로 부에 대해 공부할수록, 세상의 부자들은 회사원이 아니란 것을 깨닫는다.
내가 상위계층 소비자로 나름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 회사원은 피라미드의 하위계층인 것 같았다.
진정한 상위계층은 내가 소비하게끔 만들어 그 돈을 가져가는, 그 위의 "생산자"들이었다.
내가 이대로 계속 회사원이라면,
이대로 계속 소비자의 삶을 살게 된다면,
공부 잘해서 부자 되겠다고 부모님께 한 약속을 평생 못 지킬 것 같았다.
사회초년생 때 읽었던
엠제이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에서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알고 보면 부의 "서행차선"이라는 이야기는
나에게 가히 충격적이었다.
서행차선 부자가 돈을 모으는 데는
30년이 걸리지만,
추월차선 부자는
10년 안의 시간이 소요된다.
서행차선 부자는
비싼 외제차를 살 수 없지만,
추월차선 부자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살 수 있다.
서행차선 부자는
일하는데 시간을 쓰지만,
추월차선 부자는
시간이 자신을 위해 일하게 만든다.
내가 그토록 열심히 살아왔던 결과가 서행차선이라니?
이런 억울한 진실을 나만 알 수 없다고 생각해
직장 동기들에게 책 내용을 들려줬을 때
나에게 했던 말이 아직까지도 잊히지가 않는다.
"OO야 정신 차려..!
사업하다가 망할 수도 있는데,
인생에 대해 그런 위험한 얘기를 하는 책은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아"
그때 나는 깨달았다.
서행차선을 벗어나기 위한 결심과 행동은
결코 쉽지 않은 위험한 길이 될 것이라는 걸.
월급이 아무리 높아진들,
회사원의 월급은 정해져 있다.
점점 더 "상위계층 소비자"가 될 뿐,
피라미드의 위치는 바뀌지 않는다.
물론 회사원으로 재테크를 잘해서
부를 이루는 사례도 있고,
사업하다가 망하는 경우도 있다.
적당히 많은 월급과,
적당히 여유로운 삶은
사실 어느 정도 달콤하다.
그래도 결심해 본다.
상위계층 소비자가 아니라,
하위계층이라도 생산자가 되기로.
비단 돈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제껏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해서
모범적인 길을 걸어왔으니,
이제는 자갈밭이더라도
나만의 주체적인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공부만 열심히 한 나는
사실 다른 길을 가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많이 두렵다.
열심히만 하면 잘 되는 공부와는 다르게,
열심히 해도 실패할까 봐 무섭다.
그래서 많이 주저하고 망설일 것이다.
그래도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부딪혀보고, 도전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