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오펜하이머 박사를 연기한 킬리언 머피의 눈동자가 아직도 눈에 선한 영화의 장면 장면들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들어낸 거의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에 놀랐고, 내 눈에 익숙한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에 완전히 녹아들었음에 놀랐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현대판 프로메테우스로 시작부터 지칭된 인간 오펜하이머의 감정 변화와 인간적 성숙함에 매료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
오펜하이머의 천재성은 현대의학에서 섬망 증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혼란한 사고를 그에게 경험하게 했다. 이런 불안정한 20대를 경험한 인물이 맨하튼 프로젝트를 이끌며 과학자와 정치가의 그 중간 어딘가의 역할을 열정적으로 해내는 모습이 영화 안에 그려졌다. 맨하튼 프로젝트는 실제로 과학적 검증과 정치적 당위성, 국가간의 경쟁과 사상적 충돌 등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였는데, 이는 오펜하이머가 별의 탄생과 소멸을 환상처럼 경험하는 모습을 통해 보여준 이미지와 묘하게 겹쳐지는 결과이다.
또한 본인이 만들어 낸 인류 최고의 무기가 어떻게 쓰일지 그로 인해 본인이 치뤄야 할 대가가 얼마나 강하고 지속적일지 알고도 담담히 걸어가는 인간 오펜하이머의 모습은 성숙함, 겸허함, 오만함 등의 다양한 언어를 떠올려 봤으나 하나로 축약할 수 있는 감정단어가 없었다.
인간 오펜하이머의 인생을 바라본 복잡한 시선 이면에, 영화는 물리학의 아름다움도 표현해 주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젊은 시절의 오펜하이머는 그 천재성으로 인해 우주의 역학을 마주하고, 별의 생성과 소멸을 가시적으로 느끼며 현실과 이론적 세상의 경계가 무너짐을 경험하며 배움의 과정을 거친 불안정한 인간이었다. 이런 아슬아슬한 천재 젊은이가 버클리 대학에 취임하며 물리학, 그리고 양자역학이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미시적 세상의 음률을 통해 앙상블을 이루어 내듯 학생들을 가르치던 모습은 심히 예술적이었다. 그리고, 나의 대학원 시절 한 원로교수님을 떠올리게 했다.
작년에 87세의 연세로 작고하신 교수님은 내가 대학원을 재학하던 중 은퇴하셨는데, 은퇴 전 존경하는 마음으로 찾아뵌 오피스에서 인생, 연구, 삶, 그리고 나이 들어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진솔하게 해 주셔서 내가 만났던 미국의 교수님들 중 가장 넓고 여유로운 삶을 사셨던 분으로 기억하는 존경하는 분이다.
그리고 교수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이 노인의 말투, 손짓, 걸음걸이는 느리고 서툴고 절뚝거리는 겉모습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세월로 인한 조화가 느껴지는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모습으로 나에게 남아있다.
오펜하이머의 양자역학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사랑이 심리학이란 학문에 대한 교수님의 인생과 닮아 보였던 것일까? '존경'이라는 공통분모가 통한 것일까?
영화라는 예술의 매력은 영화를 보는 이들이 각각의 경험과 사연을 통해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활자로서의 글도, 형상 또는 움직임으로 표현한 예술도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관이라는 공간에 머물러 모든 외부적 개입을 차단하고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상태로 배우의 눈빛, 목소리, 음악, 영상을 통해 복선을 파악하고 스토리에 흡수될 수 있는 다른 차원의 공간을 흠뻑 경험하고 나오는 것은 참 매력적인 예술의 형태라고 느낀다.
간만해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영화의 공간의 빠져들었음을 자축하며..
간단한 글을 남겨본다!!
I finally got around to watching the movie Oppenheimer!
I recall scenes from the movie where I can still see the sparkle in Cillian Murphy's eyes as the main character, Dr. Oppenheimer.
While watching the movie, I was amazed at the near-perfection that Christopher Nolan achieved, and I was also amazed at how many well-known actors completely melted into their roles.
I couldn't help but be fascinated by Oppenheimer's mood swings and human maturity, as he is referred to from the beginning as a modern-day Prometheus.
Oppenheimer's genius led him to experience confusing thoughts that modern medicine would interpret as delirium. The movie depicts this unstable 20-something leading the Manhattan Project and passionately fulfilling the role of a scientist and statesman somewhere in between. In reality, the Manhattan Project was a complex intertwining of scientific validation, political legitimacy, national rivalries, and conflicting ideologies, which overlaps with Oppenheimer's visionary experience of the birth and death of stars.
In addition, the image of Oppenheimer, a human being who walks calmly through life knowing how his greatest weapon will be used and how strong and lasting the price he will pay for it will be, conjures up various languages such as maturity, humility, and arrogance, but there is no single descriptor.
As mentioned earlier, as a young man, Oppenheimer was an unstable human being whose genius led him to encounter the dynamics of the universe, to visibly feel the birth and death of stars, and to experience the collapse of the boundaries between the real and the theoretical worlds. His arrival at Berkeley, where he taught students as if he were leading an ensemble through the elusive microscopic world of physics and quantum mechanics, was profoundly artistic, and reminded me of a senior professor from my own graduate school years.
My professor, who passed away last year at the age of 87, retired while I was still in graduate school, and I remember him fondly as a man who spoke candidly about life, research, living, and aging in his office before he retired, and who lived one of the most spacious and relaxed lives of any professor I had ever met in the United States.
And the way this old man spoke, gestured, and walked with the title of professor, despite his slow, clumsy, limp appearance, remained with me as a work of art, somehow harmonizing with age.
Could it be that Oppenheimer's seriousness and love for quantum mechanics mirrored my professor's life's work in psychology, with a common denominator of respect?
The beauty of movies is that each viewer can interpret them differently based on their own experiences and stories. Of course, the written word and art in form or movement all have their own appeal. However, I personally find it a fascinating form of art to be in a movie theater, blocking out all distractions, maximizing my concentration, and immersing myself in another dimension where I can follow the plot through the actors' eyes, voices, music, and visuals and be absorbed by the story.
For a brief moment, leaving the busyness of everyday life behind, I find myself immersed in the space of the 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