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EN Apr 13. 2024

우리는 왜 그 많은 전화를 받아야 했나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엔 한 걸음만 더 나아가 봅시다.

지난 4월 10일 대한민국 국민은 폭풍 같은 행사를 치렀습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온 분들, 정 반대의 분들 그리고-그 둘의 중간쯤 계신 분들도 있겠지요. 어떤 방향이든 우리 모두 고생했습니다. 


큰일이 있었다면 그 결과에 대해 복기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의도를 보는 분들이야 알아서 복기를 하던 (혹은 지지고 볶던) 하겠지만 유권자인 우리들에게는 반성할 것이 없는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분명 필요합니다. 


저는 그중에서 여론조사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총선 기간 동안 경쟁적으로 발표했던 여론조사를 봤고 수없이 걸려왔던 전화를 받으셨을 텐데요. 전화를 받을 때는 짜증이 났지만 정작 여러 기관에서 발표하는 여론조사를 보고 당선시킬 후보를 결정하기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곳저곳 달라지는 여론조사 결과에는 당할 장사가 없죠. 조금 더 여론조사를 살펴보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오늘 잠깐 살펴본 연구보고서는 「선거여론조사 인식 태도 참여에 대한 연구」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용역과제로 아래 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https://www.nec.go.kr/site/nec/ex/bbs/View.do?cbIdx=1132&bcIdx=226664


위 보고서의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을 체크해 봤습니다.

한국갤럽 무선전화 가상번호 조사: 남자 20대, 여자 20, 30대가 다른 성과 연령대를 조합해서 만든 집단과 비교하여 가장 응답률이 낮음
「선거여론조사 인식·태도·참여에 대한 연구」, 2023.10,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42p
여론조사태도는 즐거움, 가치, 부담으로 구분되었는데 100점 만점으로 즐거움은 43점, 가치는 58점, 부담은 51점으로, 조사의 가치는 높게 평가하지만 부담이 크고 즐겁지 않은 경험으로 인식하고 있음「선거여론조사 인식·태도·참여에 대한 연구」, 2023.10,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42p


지난 기간 동안 그렇게 많은 여론조사를 받으면서도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전화받는 건 힘들지만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는 가치 있게 생각한다는 거죠. 대신 응답률(여론조사 전화를 끝까지 듣고 모두 답한 전화 수/응답에 성공한 전화 수+답하지 않거나 중간에 이탈한 전화 수)이 매우 낮은 데다가 이 와중에 남자 20대, 여자 20,30대의 의견은 더 반영하기 어렵다는 건 또 확인할만한 부분입니다. 


이런 허점을 가진 여론조사는 지난 총선기간 동안 뉴스에서 자극적인 타이틀로 너무나 자주 방송되었습니다. 저는 이번 총선 기간이 되어서야 여론조사 발표의 끝 지점에서 응답률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네요.


밴드왜건 효과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일명 편승효과로, 선거에서는 자신의 표가 사표(죽은 표, 당선되지 못한 사람에게 표를 줌으로써 내 표가 의미가 없게 돼버리는 결과를 낳습니다.)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여론조사 등에서 우세해 보이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만약 지난 선거기간 동안 특정한 미디어의 노출로 특정 정당이나 의견이 주요한 것이라는 걸 계속 접했다면 결국은 여론조사 결과대로 내 표가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뭔가 순서가 바뀐 듯한 느낌이죠?


사실 며칠 동안 어떤 내용으로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끙끙거렸습니다. 하지만 단순화 한 시각화로 끝내기에는 내용이 조금 아쉽더군요. 이후에 있을 지선이나 보궐선거 등에서도 여러 가지 선거와 여론조사를 보게 될 텐데, 단순히 뉴스를 많이 보는 것 만으로는 여러분만의 결정이 여러분만의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내 결정을 오롯이 나의 판단으로 하기 위한 약간의 공부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참고.

중앙선관위 블로그(클릭). 투표 용어 소개나 정보등을 알 수 있다.

선거여론조사 홈페이지(클릭). 지난 기간 선거여론조사 결과, 조사기관 등을 볼 수 있다.

갤럽 조사담(클릭).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의 조사에 관한 이야기. 조사방법이 궁금하다면 이곳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서 고부가가치 산업이 뭡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