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서울 나라의 이방인 - 에필로그
세상이 살만해졌다고 하지만 우리네 삶은 여전히 팍팍하고 힘든 현실이 많다. 세상이 살만해졌다고 하는데 도대체가 나만 그대로인 건지 아니면 세상이 내게 거짓말을 하는 건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왜냐, 내 삶은 전혀 살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도 월세에 각종 공과금에 보험료에 카드 값에, 죽어라 일 하며 성실히 열심히도 사는데. 왜 내 인생은 도대체가 십 원어치의 변화도 없는 것인지. 그저 앞이 캄캄하기만 하고 이대로 그저 그렇게 살다가 죽는 수밖에는 없는 것인지. 오늘도 별별 생각이 다 드는 하루다.
내 인생도 다르지 않았다. 돈 쓰는 방법을 몰라 미친 듯이 써대다가 신용불량자가 될 뻔한 적도 있고 그래서 그 빚을 갚느라 숨도 못 쉰 채 정말 죽을 뻔하기도 했고 지금도 여전히 월세살이에서는 벗어나 보지도 못했다. 도대체가 어떻게 해야 내게도 미래라는 게 생기는지 알지도, 알 수도 없었다.
그저 내게 오는 하루를 마지못해 살아내는 나날들이 많았을 뿐. 당장 가시거리도 나오지 않는 내 인생을 바라보며 어쩌지 못해 한숨짓고 눈물 흘리던 날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나는 살았고 살고 있고 또 살아 낼 것이다. 앞으로 나가는 길이 두려워도,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지라도, 나는 살 수밖에 없다. 어둡고 무섭고 두렵고 캄캄하다고 해서 가보지도 않는 길이라면, 그런 길이라고 이내 포기하고 돌아서버린다면, 언젠가 반드시 후회할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외친다.
[무엇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 앞으로 찾아온 수십 번의 좌절 속에서 내가 찾은 답은 이런 것이었다. 지금 당장 대단하지 않더라도 지금을 산다는 건 가치가 있는 거라고. 세상에서 누군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가 열심히 사는 나를 인정하고 알아주면 그걸로 되었다고. 꼭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서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속해 있는 내게 감사하자고.
오늘도 옆 사람을 한번, 지금 내 모습에 한번, 시선을 주며 자괴감에 몸살을 앓고 있는 그 시절의 나와 또 지금의 피 끓는 젊음들에게 나는 말하고 싶다.
지금을, 오늘을, 그리고 이 시간을 나답게 이어가라고. 그렇게 ‘나’를 만들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소망하던 그곳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고. 가장 나답게 나다운 모습으로 시간을 차곡히 채우다 보면 어느새 인생이란 커다란 화폭에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이 될 거라고.
이상한 서울 나라에 살고 있는 이방인들아!
남의 눈치도 보지 말고, 기죽지도 말고!
소신껏! 쭉쭉 가보자 멋지게!
렛츠 두잇 투게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