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11월 - 22년 2월까지의 이야기입니다.
20년 1월, 첫 회사에 입사한 후 꾸준히 퇴사를 생각했다. 퇴사를 생각하는것이랑, 진짜 퇴사를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행동으로 옮기자니 생각해야할 것이 너무 많았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할 때마다 머리는 복잡해졌다.
퇴사가 너무 무서웠다. 무서우면 그냥 마음을 고쳐먹고 회사를 열심히 다니면 된다. 그게 도저히 안되겠으면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해서 될 일이었으면 진작에 그랬을 것이다.
대신 나는 퇴사식을 기획했다.
누구에게나 퇴사는 무섭다. 이직을 하더라도 그렇다. 회사 선배들이 이직할 때 늘 뒷말이 나왔다. 공채 문화가 강했던 우리 회사는 퇴사하는 사람을 "배신자"라고 낙인 찍었다.
좋은 기회로 이직할 수도 있지만, 이곳이 너무 힘들어서 도망치듯 다른 회사로 이직한 것이라면, 늘 마음속에 '낙오자' '실패자'라는 생각이 남기 마련이다.
내가 너무 나약해서 못견딘 것일까? 내가 옆자리에 있는 저 사람만큼 싹싹하지 못해서 적응하지 못한걸까? 충분히 간절하지 않아서 좋은 기회를 알아보지 못하는걸까?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씻어내고 내 선택을 온전히 응원받고, 축복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두사람의 선택을 사회 앞에서 인정받고, 축복받는 것이 '결혼식'인 것처럼,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나의 선택을 응원받는 자리를 '퇴사식'이라고 이름 지었다.
나의 앞날을 응원해줄 지인들을 불러서 내가 퇴사를 하게 된 이유를 밝히고, 덕담을 주고 받고, 누군가가 노래도 불러주고, 같이 촛불을 켜고, 케익도 자르고, 함께 즐기는 그런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파티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내가 가본 파티라고는 결혼식밖에 없었다. 그래서 예식 순서를 많이 차용했다.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기획했다. (오히려 좋아!)
다음 편에서는 결혼식 준비 뺨치는 퇴사식 준비 과정을 풀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