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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생 Apr 10. 2022

1. 제발 자소서 이렇게 쓰지 마세요

매력 없는 자소서의 세 가지 공식

갑작스럽게 인원이 한 명 빠지면서 우리 팀은 상시 채용 모드로 들어갔다. 사람인, 잡코리아 등의 구인구직 사이트에 구인공고를 낸 뒤 어느 정도 지원서가 모이면 체크한 뒤 면접을 볼 지 말지를 결정했다. 덕분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취준생이던 나는 단기간에 수백 편의 자소서를 접하게 되었고 자소서만 대강 훑어봐도 이 사람이 면접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를 짐작할 수 있는 신묘한 능력이 생겼다. 자소서들을 훑어보며 느낀 점은, 매력적인 자소서는 딱히 법칙이 없지만(사실 거의 못 봐서 잘 모르겠다) 매력 없는 자소서는 나름대로의 법칙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발견한 ‘매력 없는 자소서의 법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째, 자기 이야기만 한다.

이 문장을 보고 의아한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자기소개서니까 당연히 자기 얘기를 하지 그럼 무슨 얘길 해? 하지만 자기소개서의 핵심은 ‘자기 소개’가 아니라 ‘자기 판매’다. 단순히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 아니라, 자신을 고용해 달라고 기업을 설득하는 글이다. 자기소개서라는 이름에 속아서 정말 신나게 자기 소개만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대부분의 매력 없는 자소서는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 ‘저는 엄하신 아버지와 다정하신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 하는 외식 한 번 한 적이 없었고…’ 총명한 어린시절에서 영특한 학창시절, 그리고 능력 있는 현재까지가 마치 위인전이나 대서사시처럼 길게 기술되어 있다. 본인은 나름대로 진솔하고 흥미롭게 작성했다고 자부하겠지만, 사실 우주 여행이나 임사체험을 했다는 내용이 아닌 이상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 거기서 거기다.


냉정히 말하자면 기업들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오로지 당신이 회사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다. 따라서 무턱대고 자기 소개만 늘어놓기보다는, ‘내가 가진 능력 중에 회사가 흥미를 가질 만한 것은 뭐가 있지?’, ‘내가 이 회사에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뒤, 이에 답하는 식으로 자소서를 쓰는 것을 추천한다.



둘째. 본인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사람은 특별하다. 하지만 아무리 특별한 사람이라도 자소서를 제출하는 순간 수많은 비슷비슷한 지원자들 사이에 섞인 평범한 지원자 1이 되어버린다. 특히나 같은 직군에 지원한 사람들은 그 직군에 지원하기 위해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경력을 쌓았을 것이기 때문에 자소서 내용 또한 비슷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중국어 번역가 포지션에 지원하는 자소서들은 대부분 이렇게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중국어에 매력을 느꼈던 저는…’, ‘어릴 때 중국 주재원이신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 발을 디딘 저는…’, ‘저는 중국에서 16년을 살아 중국어가 매우 유창하고 중국인 친구들도 많으며…’ 일반인들 사이에서 중국 거주 16년이면 꽤 특이하고 대단한 경험이지만 문제는 일반인들은 중국어 직군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어 번역 직군이면 당연히 모든 지원자가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지녔을 것이며, 중국에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까지도 거주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자소서에 아무리 중국 체류 경험이 길다고 적어봤자 별로 눈에 띄지 않을 확률이 높다. 요는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당신의 경험이 그 직군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흔한 경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소서를 쓸 때는 세상의 주인공 포지션을 잠시 벗어 놓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편이 좋다. 이 경험이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정말 특별한 경험일까? 그렇지 않다면, 이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위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뒤 너무나 흔해서 언급할 가치도 없는 경험은 과감하게 삭제하고, 비교적 덜 흔한 경험에 중점을 두어 강조하는 식으로 자소서를 작성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자기중심적이다.

자소서를 보다 보면 ‘지원 동기’ 또는 ‘입사 후 포부’ 란에 본인이 회사에 바라는 바를 적는 지원자들이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저는 지금까지 주로 서비스직에 종사해왔기 때문에 사무직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내성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영업직에 종사해 봄으로써 외향적인 성격으로 탈바꿈하고 싶습니다’ 물론 회사에 뭔가를 바라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위에서 제시한 예에는 문제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 기브 앤 테이크가 없다. 본인이 회사에서 얻어갈 것만 생각하고 반대로 회사를 위해서는 무엇을 줄 수 있는지는 쏙 빠져 있다. 두 번째,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다. 마치 ‘이 회사는 내게 필요한 자양분을 갖추고 있으니 내 성장을 위해서는 마땅히 나를 받아줘야 한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세상 모든 것을 오로지 자신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어린아이 같다.


이 회사가 나를 받아주면 내가 참 좋을 텐데, 이 회사에 합격하면 나한테 도움이 될 텐데 하는 마인드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느냐 아니냐는 천지차이다. 이를 숨기지 못하고 드러낼 경우 모든 것을 자기 위주로 판단하는 미숙한 이미지를 줄 수 있고, 이를 잘 숨기고 오히려 본인이 회사에 해줄 수 있는 것을 제시할 경우 믿음직한 인상을 줄 수 있다. 회사는 당신이 들어가고 싶다고 떼를 쓴다고 들여보내 주는 어린이집이 아니다. 아무 조건 없이 당신을 받아들여 주는 복지센터도 아니다.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본인이 회사를 위해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분명히 제시한 뒤 본인의 요구조건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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