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여러분, 이것만은 꼭 지켜주세요
지난번에 썼던 ‘제발 자소서 이렇게 쓰지 마세요’가 조회수 3,000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는 바람에 조용한 관종인 나는 잔뜩 신이 났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조회수를 보면서 ‘역시 사람들이 많이 보게 만들려면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문구로 어그로를 끌어야 하는구나’ 하는 그릇된 깨달음을 얻은 나는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도발적인 제목으로 조회수를 높이려 한다. 그래도 그동안의 직장생활 동안 뼈저리게 얻은 교훈을 요점만 모아 정리했으니 내용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꽤 유익하기까지 할 것이다. 그러니 부디 내 말을 귀기울여 들어주시라. 이번 글은 사회에 갓 발을 들인 프리랜서를 위한 잔소리다.
프리랜서 다섯 명을 동시에 관리하며 그들과 수시로 소통해본 결과, 또한 나 자신이 프리랜서로 지내본 경험에 비추어본 결과 프리랜서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 또는 잘못된 습관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있다. 셋 다 너무 기본적이고 뻔한 것들이라 ‘아니, 이런 기본적인 걸 안 지킨다고?’ 하는 생각이 들고 어이가 없을 수 있지만, 이런 거 안 지키는 사람들, 생각보다 많다. 아니, 제대로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다.
첫째, 마감을 잘 지키지 않는다.
마감은 프리랜서가 업체 또는 의뢰인과 하는 약속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약속한 기한 내에 납품하지 않으면 업체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심할 경우 영업상의 손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마감 일자는 웬만하면, 아니,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하지만 어떤 프리랜서들은 마감을 무슨 학교 과제쯤으로 여긴다. 막연히 지킬 수 있겠거니 생각하고 마감 일자를 빠듯하게 잡았다가 마감 일자를 일주일, 사흘, 또는 하루 남겨놓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로 담당자에게 연락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마감 당일 이른 아침에 ‘담당자님, 정말 죄송한데요…’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카톡을 보내기도 한다. ‘죄송’과 ‘ㅠㅠ’로 점철된 애타는 호소문을 읽고 있자면 저절로 혈압이 쭉쭉 오르는 기분이다.
물론 프리랜서도 나름대로의 이유와 사정이 있을 테고, 인생에는 변수라는 것이 있으므로 한두 번쯤 마감을 못 지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세 번을 넘어 상습적인 마감 지각으로 이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당신의 능력이 된다. 실수가 능력으로 굳어지는 순간 당신은 ‘기본도 안 된 프리랜서’가 될 것이며, 아무도 당신을 찾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마감 기한을 지켜라.
2. 연락이 잘 안 된다.
이런 친구가 있다고 가정하자. 당신이 그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면 4시간 만에 답장이 온다. 심하면 카톡을 했다는 것을 잊어버릴 때쯤, 그러니까 다음날이나 다다음날 정도에 뒤늦은 답장이 오기도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연락할 때마다 이런 식이다. 당신 같으면 이런 친구와 계속 우정을 이어 나가고 싶겠는가?
업체와의 연락도 마찬가지다. 한 번 연락할 때마다 몇 시간씩 답장을 기다려야 하는 프리랜서를 좋아하는 업체는 없다. ‘일만 잘하면 되지 않나요?’ 뭘 모르는 소리. 세상에는 일도 잘하고 연락도 잘 받는 프리랜서가 널렸다. 물론, 당신의 능력이 업계 탑이라면 업체에서는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당신의 답장을 공손히 기다리겠지만, 당신은 업계 탑이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여러 프리랜서를 관찰해본 나의 비공식 연구 결과, 연락이 잘 되는 사람이 대체로 일도 잘 한다.
3.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
당신이 들으면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연락에 답장을 안 하는 사람(일명 ‘읽씹’), 카톡을 읽고 하트나 따봉만 달랑 눌러 놓는 사람, 또는 ‘넹’ 따위의 무성의한 대답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담당자와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다고 해서 그 뒤에 연락할 때마다 불편한 감정을 대놓고 또는 은근히 티를 내거나 예의 없는 말투로 연락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만약 위에서 나열한 사례에 해당된다면, 심각하게 본인의 업무 태도를 반성해봐야 한다. 친구 연락이라면 읽씹하거나 단답식으로 답장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우정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업체와의 연락은 다르다. 담당자와 연락할 때는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예의를 최대한 지켜야 한다. 연락을 받았으면 성의 있게 답장하는 것이 예의다. 친구한테 하듯이 해서는 안 된다.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 물론,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상대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잘잘못을 따져야겠지만 이 경우에도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 잘못된 부분만 사실 위주로 건조하게 짚어주고, 상대가 사과를 하면 더 이상 언급하거나 불편한 티를 내지 마라. 당신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지 감정 싸움이나 하러 온 것이 아니다.
이 글은 전국의 수많은 프리랜서들에게 바치는 글이자 사회인인 나 자신에게 다짐하는 글이기도 하다. 부디 많은 분들(과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더 많은 사람들이 현명하고 예의 바른 경제활동인구가 되기를 바라며 ‘제발 oo하지 마세요’ 2탄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