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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생 Mar 03. 2024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가장 쉽지만 어려운 질문

나를 동물로 표현하자면 까마귀다. 까마귀는 반짝이는 물건을 모으는 독특한 습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종의 반짝이 수집가인 셈인데, 나도 비슷한 습성이 있다. 까마귀처럼 반짝이를 모으는 것은 아니고, 좀 더 다양한 물건을 좀 더 중구난방으로 모은다. 책, 전자기기, 커피, 플레이리스트, 구독 서비스… 얼핏 보기에는 좀처럼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여러가지 물건과 무형의 서비스들이 나의 둥지에 쌓여간다. 나는 수시로 이것들을 쓰거나 만지거나 들여다 보며 잠시 멍을 때리기도 하고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분량이 정해져있지 않은 글을 쓰기도 한다.



이들의 존재 가치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영감’이다. 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나는 일상생활이나 삶에 도움이 되는 크고 작은 아이디어들(줄여서 영감)을 꽤 많이 떠올렸다. 물론 이들에게 영감을 저절로 떠오르게 해주는 신통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머지않아 영감이 떠오를 거야!’라고 믿게 만드는 플라시보 효과 정도는 있다. 



삶을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고 싶어하는 욕구가 예전부터 내게는 가장 강력한 욕구 중 하나였다. 항상 지금보다 더 공부를 잘 하고 싶었고, 더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더 건강하고 싶었고, 더 현명해지고 싶었고, 더 행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의 나를 개선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고 연구하고 시도해 왔다. (그런 시도가 실제로 내 삶을 더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들었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까지 나를 더 잘 살게 해줄 아이디어나 방법이나 도구를 수집해 왔고 그것들을 통틀어 ‘영감’이라고 불렀다. 내게 직접적으로 영감을 주거나 영감을 떠올리는 데 도움을 줄 만한 것들을 차곡차곡, 때로는 탐욕스럽게 수집하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나의 ‘영감 보조제’들을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책: 직접적으로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 창고. 책에 적힌 저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참고하면서 그대로 따라하거나 내 상황에 알맞게 변형해 적용할 수 있다. 독서 자체의 즐거움은 덤.


전자기기: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을 가리킨다. 이들 자체가 영감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단 이들 앞에 앉아서 무엇이든 적거나 읽기 시작하면 높은 확률로 영감이 떠오른다. 다만, 단단히 마음먹지 않으면 어느새 유튜브나 인스타라는 개미지옥에 빠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커피: 영감의 연료. 정신이 말똥말똥한 아침에 들이부으면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지면서 의욕이 샘솟고 머리가 핑핑 돌아가기 시작한다. 특히 주말 아침 조용한 카페에서 책과 함께 한다면 최고의 효과를 발휘한다.


플레이리스트: 나는 카페를 무척 좋아한다. 카페에 앉아있으면 작업도 잘 되고 기분도 들뜨기 때문에 집에 있을 때도 카페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하는 편이다. 카페 분위기를 내는 데는 음악이 즉효약이다. 유튜브에 ‘카페 플레이리스트’, ‘독서 플레이리스트’ 등으로 검색하면 카페 분위기를 내주면서도 작업을 방해하지는 않는 포근한 음악들이 방 안을 가득 채운다.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구독 서비스: 보통 구독 서비스 하면 넷플릭스나 유튜브 프리미엄 등을 떠올리지만 나는 긴 영상을 보는 것 자체를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 그런 류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은 없다. 대신 간간이 앱에서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독서 앱인 밀리의 서재다. 생일 선물로 받은 1년 구독권 덕분에 풍성한 독서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밖에 루틴을 기록하고 달성 여부를 체크하는 루틴 앱이나 운동, 식단 관리를 도와주는 다이어트 앱도 유료 버전으로 사용 중이다. 이런 서비스들은 영감의 뿌리에 해당하는 루틴과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게다가 유료이기 때문에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더 열심히 사용하게 된다는 의도치 않은(?) 장점까지 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나는 영감 자체를 좋아하는 동시에 영감을 떠올리도록 돕는 많은 존재들을 모으고 체험하는 것도 즐기는 것 같다. 앞으로도 나의 둥지에는 영감을 주는 물건들이 쉴새없이 쌓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영감의 더미들을 뒤적거리며 어느 것이 내게 더 유용한 영감을 줄지 날마다 고민에 빠질 것이다. 나는 영감을 모으는 까마귀요, 갖가지 물건들로 어수선한 이곳은 나만의 안락한 둥지이자 영감의 발전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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