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답은 정해져 있다
사실 주제를 정할 때부터 머릿속에 정해둔 답이 있다. 내 마음속 부동의 1위, 바로 카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이 적은 오전의 카페. 전체적으로 목조로 지어진 산장 같은 느낌이 나는 따뜻하고 포근한 카페면 더 좋다.
이른 아침에 간신히 세수만 한 채로 주섬주섬 짐을 챙겨 동네 카페로 향한다. 키오스크에서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시킨 뒤 적당한 자리를 골라 앉는다. 챙겨온 장비(?)들을 탁자 위에 늘어놓는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면 그 따뜻한 온기와 고소한 향기와 흐뭇한 자태를 만끽한 뒤 한 모금 마셔본다. 그리고 유튜브를 검색해 적당한 작업용 플레이리스트를 찾은 뒤 본격적으로 그날의 작업에 착수한다.
하루는 전날 짜놓은 콘티에 기반해 만화를 그리고, 하루는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묵직한 노트북을 챙겨와 부업으로 번역을 하는 날도 있다. 두 시간 정도 작업에 열중하고 나면 슬슬 눈과 목과 어깨가 뻐근해지고 정신이 피로해진다. 슬슬 딴짓을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카페에서 가능한 딴짓으로는 유튜브 보기, 인스타 구경하기, 친구들과 카톡하기 등 무궁무진한 선택지가 있지만 나는 주로 위에 언급한 모든 것을 하는 편이다. 특히 귀에 에어팟을 그대로 꽂아놓은 채 음악을 들으며 스마트폰을 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다. 다만 주의할 점은, 그 재미에 매료되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면 작업할 때보다 더 뻑뻑한 눈과 내가 이러려고 비싼 커피 시켜가며 카페에 앉아있나 하는 뿌리깊은 자괴감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니 작업을 목적으로 카페에 왔다면 딴짓은 적당히 하도록 하자.
김이 모락모락 나던 음료가 차갑게 식어 가며 바닥을 드러내고, 뭔가를 열심히 해보려는 집중력과 의지력도 마찬가지로 밑천을 드러내면 슬슬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는 신호다. 카페에 오기 전 목표로 한 바를 모두 끝낸 뒤라면 당당하게, 전부 끝내지 못했다면 조금은 머쓱하게 짐을 챙긴다. 그리고 음료잔과 쟁반을 반납한 뒤 다시 차가운 바깥세상으로 향한다.
집에 돌아와 겉옷을 벗을 때면 커피의 고소한 향기와 카페에서 보낸 밀도 있는 시간들이 옷에 달라붙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덕분에 나는 좀 더 씩씩하게 일상을 살아나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