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순백의 도화지 같다
아침이 주는 가능성의 부담감은 엄청나다. 충만한 하루를 보낼지, 완전히 망쳐버릴지가 순전히 내 손에 달려있다. 아무것도 그러져 있지 않은 순백의 도화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한, 설레면서도 막막하고 조금은 두려운 기분.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생각하며 도화지를 메꿔나가는 동안 '이번 그림은 망쳤어'라는 생각에 냉큼 구겨버리고 새 도화지로 교체하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지만, 온전한 그림 한 폭을 완성하기 전까지는 붓을 놓아서는 안 된다. 망친 그림이라도 끝까지 완성해야 새 도화지가 주어진다.
중간에 도화지를 바꿀 수 없다는 준엄한 규칙은 언제나 나를 압도시키고 두렵게 만들고 때로는 주저앉힌다.
그림은 끝까지 완성해야 한다. 망친 하루도 계속해서 흐른다.
이 단순하지만 무서운 법칙에 주눅들지 않고 여유롭게 그림을 완성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