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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생 Jun 15. 2024

30대, 나이 드는 건 아직 두려워

거기 당신, 나와 같다면 댓글을 달아줘



새 직장에 입사하면서 '저녁근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낮 시간은 자유롭게 보내고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는 건데,

저녁근무를 마치고 잠에 든 날에는 중간에 계속 깨고 깊이 잠들지도 못한다.

결국 다음날 시끄러운 알람소리와 함께 몸은 잠들었지만 뇌는 깬 상태로(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출근한다.

출근길에는 '어? 오늘은 피곤한데? 저녁 근무도 의외로 나쁘지 않을 지도'라고 착각하며 자신만만하게 회사 엘리베이터에 오르지만 막상 근무를 시작하면 급속도로 뻑뻑해지는 눈과 이미 밑천을 드러낸 집중력을 마주하고 '피곤하지 않다'는 감각이 전부 착각이었다는 뼈저리게 깨닫는다. 

그리고 인정한다. 확실히 예전 같지는 않군.


체력이 10대, 20대 때보다 조금 쳐졌다는 감각을 직면할 때면 기분이 요상해진다.

서글프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고 과연 이게 진짜인가 싶은 비현실감이 들기도 한다.

이게 나라고? 내가 30대라고? 이제 성장은 멈췄고, 신체 기능은 쇠퇴할 일만 남았다고?

말도 안 돼. 이건 꿈인가?


물론 30대는 아직 젊은 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물색없이 젊은 나이도 아니다.

젊음만 믿고 오만방자하게 굴다가는 호되게 당하기 십상인 나이대가 바로 30대라고 생각한다. 


아직 본격적으로 나이듦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다가올 노화를 생각하면 형언할 수 없는 심란함이 폭풍우처럼 휘몰아친다.

아직 나이듦 경력이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나이듦 앞에서는 초연해지기가 너무 어렵다. 

매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넘어갈 때즈음(그러니까 바로 요즘), 나는 올해가 가기까지 남은 일수를 세어보며 또 한 살을 먹을 내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는 몸서리친다. 

분명 나이들수록 더 좋아지는 부분도 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나이먹는 게 두렵고 낯설다.


할 수만 있다면 나이 먹기 싫다며 바닥에 드러누워 발을 구르고 떼쓰고 싶다. 정말 그러고 싶다.

혹시 아는가.

그런 내 모습을 본 세월이 한심하다는 투로 한숨을 푹 내쉬며 '그래, 넌 여기서 살아. 엄마(는 아니지만)는 먼저 갈 거야.'하며 나를 버리고 훌훌 가버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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