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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생 Jul 07. 2024

돈인가, 꿈인가?

둘 중 하나만 선택한다면


꿈이다.

꿈을 선택하는 게 정답인지는 아직 알 수 없고 앞으로도 모를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망설임 없이 꿈을 선택하고 싶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내 대답은 돈이었다. 돈이 있어야 맛있는 음식도 사먹고 근사한 카페도 가고 아플 때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고 주위 사람들에게 인심 좋게 베풀 수도 있을 테니까. 그래서 최대한 이른 나이에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놓아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신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매일 새벽 네다섯 시에 일어나 돈과 성공을 가져다준다는 억만장자들의 모닝 루틴을 따라하고 동기부여 영상을 보면서 반드시 엄청난 돈을 벌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너무 불안했다. 


돈을 많이 벌겠다고 다짐하면 할수록 지금의 현실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책과 영상 속 ‘성공한 사람’들과 나 사이의 간극이 점점 넓어지는 것만 같았다.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거나 비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쓰는 등 ‘시간 낭비’를 하고 나면 내가 너무 한심하고 미워졌다. 뭔가에 집중하거나 바쁠 때를 제외하고는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나 자신을 몰아붙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처럼 되려면 얼마를 벌어야 하는데, 그걸 언제 다 벌어. 내가 할 수 있을까? 오늘도 다섯 시에 일어나긴 했는데 졸려서 다시 자버렸어. 난 왜 이렇게 독기가 없지. 돈을 벌고 싶긴 한 거야? 지금이야 젊어서 괜찮지만 앞으로 40대, 50대가 돼서도 그렇게 살 거야? 평생 그러고 살 작정이니? 


결국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억만장자의 모닝 루틴도, 성공한 사람들의 동기 부여 영상도 지금은 더 이상 보지 않는다. 성공한 알파메일들의 ‘정신 차리라’는 일갈로 도배됐던 유튜브 피드는 커피잔과 책들이 쌓여있는 고즈넉한 썸네일의 플레이리스트와 잔잔한 브이로그 영상들로 대체됐다. 


나를 몰아붙이는 대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나조차도 무시하고 살았던 나라는 사람의 기질, 성격에 대해.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과 나의 목표에 대해. 구석에 처박힌 채 먼지만 쌓여가던 나의 꿈에 대해. 


무작정 돈을 좇는 삶이 나쁘다는 것도, 얄팍하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런 삶의 방식이 나라는 사람의 기질과는 맞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발견했을 뿐이다. 나는 인생을 비롯한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인데 인생에 의미 부여를 해주는 꿈보다 돈을 맹목적으로 우선시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몰아붙였다는 게 후회스럽고 스스로에게 미안해졌다.


물론 꿈을 택한다고 해서 돈을 아예 버리고 속세와 연을 끊은 수도승처럼 살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꿈과 아무 상관 없는 데다 싫어하기까지 하는 일을 돈 때문에 억지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반대로 돈이 별로 되지 않더라도 꿈과 가깝고 즐거운 일이라면 기꺼이 도전해볼 생각이다. 


돈과 꿈 중에는 꿈을 우선시하되, 언제까지나 내 마음이 편한 선택을 하자. 그것이 지금까지의 기나긴 방황과 고민을 통해 내린 나름대로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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