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림트리 Dec 26. 2023

예민함은 곧 내겐 생존본능이었다

글토닥님의 '예민함이 나만의 무기가 되도록' 책 서평 후기

| 환경이 만드는 예민함

회사 입사 초반, 직장에서의 나는 가면을 쓰고 언제나 촉각과 감각을 깨워야 했다.

상사가 화난 상태인지, 선배가 불편함을 느끼는 게 없는지, 난 매번 그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낌새가 있다면, 내가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한건 아닌지 행동을 돌아보았고,

업무에 누락은 없었는지 몇 번이나 되돌아보곤 했다.


난 늘 불안했고 조심스러웠다.  

어린 막내라는 이유로, 나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고 그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곤 했다.

엄청난 업무량과 더불어 회사 내 인간관계의 미묘한 흐름을 재빠르게 캐치해야 하여 비위를 맞춰줘야 했다.

이 흐름을 놓쳐 불편감을 유발했다면, 앞으로의 회사생활은 지옥일 게 뻔했다.


나를 혼내기 직전 선배의 얼굴 표정에서 느껴지는 감정상태, 우중충한 공기의 흐름, 여직원들의 미묘한 신경전..

둔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의 사람들도 환경에 따라 예민함이 생겨나곤 한다.



| 수용적인 태도에서 상충되는 나의 목표

고분고분하게 Yes! 만을 외치는 나는 일시키기 좋아하는 상사들의 먹잇감이다.

심연에 깔린 '안되는걸 되게 하라'는 비장한 각오는, 나의 체력과 정신 그리고 시간 전부를 걸어 새벽까지 일하게 만들었다.

이렇게까지 일을 해도 돌아오는 건, 상사 본인들도 절대 쳐내지 못할 업무량을 계속해서 던져주며 "더 해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2인분을 해내고 있는 나의 업무가, 1인분으로 둔갑되어 버리는 마법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났다.

이런 생활을 10년간 걸쳐오며 불현듯 엄청난 회의감이 들었다.


여느 사무직이 다 비슷하겠지만 내가 하는 업무 또한 소모적이고 반복적이었다.

마음의 양식을 쌓는 지식과 지혜가 될 수 없었고, 돈을 버는 것 외에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또한 도와주긴 커녕,  시키기만 하고 휴대폰만 하며 회사를 놀러다니는 상사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불합리한 구조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마음이 괴롭고 지친 나날이 지속되자,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일을 중단하게 된 것이다.

노는 상사 vs 일하는 직원
미묘하게 불편감을 느끼는 예민한 나의 마음


또다시 미묘한 이해관계속, 상사의 불편한 감정을 제대로 맞닥뜨리며 휴직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예민한 나를 보호하고 지켜야 했다.


| 예민한 사람의 홀로서기

야근으로 매번 늦는 퇴근길,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는 일상에서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

업무로 인해 너무 바빴고, 누군가를 들일 마음의 여유도 없었기에 연애도 어려웠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사회생활의 쳇바퀴 속에서 나의 예민함은 극에 달했다.

내가 사회생활에 부적합한 사람이 될까 싶어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평온한 저녁시간을 열망했다.


입사 N년차, 퇴근 후 책을 읽거나 글을 썼고, 요가를 배우며 마음을 단련시켰다.

배움은 나의 유일한 친구였다.

배움이란 꼭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 여행을 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

- 단체활동을 하며 사람 간의 대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것

- 미술이나 피아노 등을 배우며 취미를 갖고, 내면의 풍족함을 기르는 것

등등 모든 것은 삶의 경험을 통한 배움이다.


20대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찾아나가는 과정이었고,

그것이 곧 배움을 통한 성장이었다.

예민한 내가 스트레스를 배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배출구는 배움이었다.


때론 예민해서 고독함을 선택한 시간 동안, 혼자라는 생각과 외부의 시선으로, 불안과 외로움에 시달리기도 했다.

내면을 단단하게 다지며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는 동안 우울과 괴로움을 경험했으니 , 어찌 보면 고독은 양날의 검을 갖고 있었다.


예민함은 곧 내겐 생존본능이었다.


* 이 글은 글토닥님의 '예민함이 나만의 무기가 되도록' 책을 읽고 영감을 받아,

  제 삶을 돌이켜보며 쓴 글입니다.

  책에서 작가님이 겪은 예민함과 조금 다른 방향도 있어요.

   '나는 예민하지 않으니 안 읽어도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제게도 태생적으로 혹은 사회생활을 위해 본능적으로 갖춰진 예민함이 있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존본능으로 갖고 있는 예민함이,

  어떤 방향으로 내 인생의 무기가 되고 지혜가 될 수 있을지 잘 풀어쓴 글이라고 생각하여 추천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처음으로 맞이하는 가족의 결혼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