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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Dec 10. 2024

내가 선택한 직장인의 삶

입사하자마자 느낀 좌절감

<대기업 입사 후 느꼈던 절망>

'무언가 잘못되었다.. 제대로 잘못 되었다.. 이제 어떡하지..'

대기업 입사 후, 엄청난 업무량에 압도되어 느꼈던 감정이다. 

큰 꿈을 안고 입사했지만, 내가 맡은 업무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였다.

모던타임즈의 찰리 채플린이 떠올랐다. 

나사를 조이고 넘기고, 또 다른 나사를 조이고 넘기고.. 

나는 나사가 되어, 작디 작은 부품으로 전락해버린것 같았다.

발전가능성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 단순한 업무에 부여된 책임감은 막중했다.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면 바로 사고가 발생했다. 컴퓨터와 나는 합체가 되어야했다.  

대기업에 입사한만큼 창의적이고 대단한 일을 할거라고 기대했던 내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휘몰아치듯 몰려오는 일을 처리하다보면, 몸과 머리가 충격을 받는 느낌이 자주 들곤 했다. 

밖으로 나가서 바람을 쐬고 있으면, 누군가가 상사에게 내가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음을 알렸다.

사유를 설명해도 변명이 되었던, 나이 어린 막내였던 나는, 그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여야했다. 

회사는 내게 창살없는 감옥이었다. 

힘들때마다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 변기는 언제나 나의 쉼터가 되어주곤 했다.

'취업난, 취준생'을 검색하며 하소연하는 기사들을 하나씩 읽어내려갔다. 

누군가의 절망을 보고 위안을 얻는것, 그것만이 내가 버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잘못된 만남, 상사>

3년동안의 고생 끝에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나, 가장 내게 자괴감을 주었던건 미성숙했던 2명의 상사였다. 

실무 업무를 내게 전부 미뤄놓고, 관리라는 이름으로 나의 성과에 편승했던 그들. 

'실수가 나면 너 책임, 성공적인 업무수행은 본인의 성과' 

내로남불식이었던 그들의 업무방식은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오랜기간 지속했던 가스라이팅을 시작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부분에서 내게 상처를 줬고, 인간에 대한 트라우마를 남겨 주었다. 그를 만난 이후, 나는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없어졌다. 


<회사밖에서 꽃피우는 행복>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맛있는걸 먹을 때, 여행 갈 때, 자기계발을 할 때.. 

내 삶의 행복은 회사밖에서 모두 이루어지고 있었다. 

으리으리한 건물, 화려한 대기업 명예 , 또래보다 높은 연봉 .. 그것은 결코 내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 

행복의 본질은 화려함에 있지 않았다. 내면의 풍족이 진실된 나의 행복이자 기쁨이었다. 

높고 푸른 하늘을 사무실안에서 동경하며 바라보았고, 잠깐씩 밖에 나가 상쾌한 바람의 내음을 음미하곤 했다. 언젠가 자연의 선물을 매일같이 피부로 느끼며 살고 싶다는 꿈을 꿨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내 피부로 직접 마중하는 꿈이 이루어지길, 시간을 내가 스스로 관리하는 시간부자가되길 간절히 갈망했다.




나는 결코 회사와 맞을 수 없는 유별난 사람이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말하는 그 삶(회사원의 삶)을 받아들이지 못한 별종이었다.  


도망친 곳에 행복은 없다고 했다. 밖은 지옥이라고 한다. 

나는 그 곳에서 10년 8개월을 머물렀다. 

내가 생각했던 대기업의 삶은 생각보다 너무 달랐다. 직장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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