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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슈 Mar 06. 2022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어요?

그림 잘 그리는 방법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어요?”


그림을 오래 그리면서 수도 없이 들었던 질문이다. 대학교 1학년, 입시 미술학원에서 애니반 학생들이 물어보기도 했고, 캐리커쳐 하면서 3분만에 사람 얼굴을 뚝딱 그려내는 걸 보고 손님들이 물어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했던 답은 이거였다.


“일단 서점에 가서 잡지를 한 권 사세요. 모델이 가만히 서있는 패션 잡지보단, 역동적인 포즈의 사진이 많은 스포츠 잡지가 더 좋아요. 잡지 첫장부터 끝장까지 사람이 나온 사진은 다 따라 그리는 거예요. 크로키처럼 시간을 정해놓고 그려도 좋아요. 처음엔 5분, 다음엔 3분 이렇게요. 하루에 30분동안 그리면, 3분 크로키를 10장 할 수 있거든요. 잡지떼기를 한 달만 하셔도 많이 늘 거예요.”



사람들한텐 이렇게 말했지만, 내가 잡지떼기를 해본지는 글쎄 .. 10년도 넘었던가. 적어도 스무살을 넘어서는 거의 안 해본 것 같다. 드로잉은 시간을 많이 투자하면 할 수록 계속 는다. 그리고 손이 굳을 일이 없다. 꾸준히 드로잉을 해야하는 이유는 실력을 올리기 위해 하는 것도 있지만, 손이 굳지 않기 위함도 있다.



나는 스무살부터 캐리커쳐를 했다. 아주 추운 겨울과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주 주말마다 하루에 8시간씩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만화전공을 했으니 과제로 그림 그릴 일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손이 굳을 일이 없어서 따로 시간을 내서 그림 그리는 일을 멈추게 됐다.


코로나가 터지고 캐리커쳐를 하러 갈 수 있는 곳은 모두 문을 닫았다. 주말엔 오프라인, 평일엔 온라인 판매를 하며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던 나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시장에 집중했다. 하슈랜드는 점점 커갔지만, 나는 그림을 그리려면 시간을 내서 그려야 했다. 일을 위한 그림 외에 드로잉이나 내 개인작업은 거의 멈춘 채로 2년 여가 지난 것 같다. 손은 자연스럽게 굳었고, 굳이 손을 풀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기에 나는 할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



최근 일러스트 페어에서 4일동안 캐리커쳐 하면서 굳은 손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다. 처음엔 답답했고, 짜증났다. 그림 그리는 방법을 잊어버린 건 아닌데 선 쓰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비유하자면 글 쓰는 방법은 아는데, 글씨 쓰는 걸 잊어버린 작가 같았달까. 그래도 4일간 하루에 몇시간씩 캐리커쳐를 하니 손이 풀려가더라. 마지막 날에는 오랜만에 자유로운 선이 나와서 편하게 그림 그렸다.


어느정도 손이 풀렸나 싶었는데, 행사가 끝난 이후로 그림을 안 그리니 손은 당연스럽게 굳어버렸다. 오늘 시간이 두어시간 붕 뜨길래 킬링타임용으로 공책과 펜을 샀다. 그리고 아이유가 나왔다길래 산 잡지까지. 자유로운 펜선으로 근사한 드로잉이 나올 거라는 내 기대완 달리 완전히 굳어버린 손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선을 그어도 잘 나오지 않는 느낌. 답답하기만 했다.


그림 그거 어떻게 그리는 거였더라…? 크로키 첫 장은 선 쓰는 방법도 잊어버린 것처럼, 펜을 처음 잡아본 사람처럼 그렸다. 너무 부끄러워서 사진도 안 찍었다 (..)



두번째장 세번째장에 갔을 때쯤, 그러니까 펜을 잡은지 한 30분쯤 지날 때쯤 조금씩 감을 찾아갔다. 아직 손이 완전히 풀리려면 두어시간은 더 그려야 할 것 같지만.


그림이 좋아서 시작한 이 길, 10년도 더 된 고등학생의 나는 하루에 8시간을 미술학원에서 그리고도 집에 와서 또 새벽까지 그림을 그렸다. 이젠 그 시간에 그림이 아니라 일을 하지만, 펜을 완전히 놓진 말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실력이 녹슬지 않게 종종 펜을 잡아야겠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자.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노력을 멈추면, 언젠가는 뒤쳐질 것이다.


현역에서 오래 하고 싶으면 내 실력도 다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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