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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봄 Oct 21. 2020

이렇게 엄마가 되어간다(6개월 건강검진이 몰고온 폭풍)

지금으로부터 약 4개월 전 우리 뽐봄이는 6개월 건강검진을 받았다. 처음하는 건강검진이여서 좀 긴장되기도 했지만 잘 크고 있어보였기에 많이 걱정하지는 않았다. 여느때와 다를바 없이 병원갈 채비를 하고 병원에가서 건강검진을 잘 받았다. 6개월 건강검진은 별거 없었다. 키, 몸무게, 머리둘레를 측정하고 의사 선생님이 간단하게 귀, 입, 심장소리 등을 체크하고... 엄마가 작성해간 사전 문진표를 보면서 주의사항등을 이야기해주는게 다였다. 


 뽐봄이는 키, 몸무게는 백분위 45 정도로 평균에 맞게 잘 크고 있었다. 문제는 머리크기. 백분위 96퍼센트로 엄청 컸다. 건강검진 당일 의사선생님이 머리에대해 말씀해주실때는 그저 웃기만했다. '왜이렇게 머리가 크지?ㅋㅋㅋ' 사실 뽐봄이는 뱃속에 있을때부터 머리가 몸에비해 3~4주정도 컸고 선생님이 유도분만을 해야할 수도 있겠다..라고도 했기 때문에 그냥 머리가 큰 애구나, 아빠가 머리가 좀 크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소아과 의사선생님도 크게 별 말씀 없으셔서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결과지를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결과지를 보니 키, 몸무게 밑에는 '정상'이라고 적혀있는데 머리크기 밑에는 '정밀평가요망'이라고 적혀있는걸 발견했다. (건강검진당일 의사 선생님이 이걸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 별 문제 없다고 얘기하셨으면 아무일 없었을텐데 그러지 않아 일이 커진거 같기도하다.) '정밀평가요망'...나는 그걸보고 다시 웃었다. 머리가 얼마나 크면..ㅋㅋㅋㅋ 그런데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속으로 조금은 걱정이 되었었나 보다. '정밀평가요망'이란 단어가 주는 기분나쁨이 어딘가에 있었던거 같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고 어느 주말 가족모임이 있어 가족들이 모였다. 첫 손주인 뽐봄이는 어딜가나 사랑받으며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렇게 밥을 잘 먹고 이야기를 하는 중 나는 건강검진 이야기를 했다. 그냥 가볍게 웃으겟소리로 ... "키랑 몸무게는 평균 정도로 잘 크고 있는데 머리크기가 압도적이에요.ㅎㅎ결과지에 보면 '정밀평가요망'이렇게 적혀있다니까요? ㅎㅎㅎ"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다. 이 말을 듣고 다른 가족들은 다 웃어넘기는 듯 했는데 뽐봄이의 고모부가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뽐봄이의 고모부는 의사다. 우리부부가 가볍게 웃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고모부가 조금 조심스럽게 "결과지에 그렇게 나왔으면 검사한번 받아봐~"라고 하는 것이었다. 두둥. 엄마의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저 구석에 애써무시하며 처박아놨던 걱정거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소아과 의사선생님은 별 말씀 없어서 그냥 그런가보다했다고 얘기를 했다. 고모부가 뽐봄이의 머리를 좀 만져보았고 별다른 이야기는 없이 그렇게 헤어졌다. 그날 집에와서 폭풍 검색을 했다. '정밀평가요망'이라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지..다들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등.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경우가 많고 문제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그렇게 폭풍같은 하루를 보냈다. 생각같아서는 당장 병원에 가고싶었지만 주말이라 그러지 못하는게 참 답답했다.


 다음날 저녁 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검사한번 받아보는게 어떻겠냐고.. 별거 아닌거 같긴 하지만 고모부와 고모가 많이 이야기를 했는데 걱정을 좀 하더라.. 하셨다. 그러면서 고모부가 뽐봄이 머리를 만져봤을때 아기 머리 답게 말랑말랑하지 않고 딱딱해서 더 걱정을 하더라 하셨다. 일단 내일 병원에 전화한번 해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그때부터 뽐봄이를 관찰하는데 괜히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더 커보이고 머리가 너무 무거워 목을 가누는 것도 힘겨워보이고, 괜히 발달도 좀 더 느린거 아닌가 걱정이 되고 ... 그러면서도 조금만 괜찮아보이면 또 마음을 놓았다가.. 엄마의 기분이 롤러코스터마냥 휘청거렸다. 내가 이렇게 걱정하면서 신경쓰니 남편도 참 힘들어했다. 


 진짜 아기키우기 힘들다. 아기가 정말 큰 병이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고 상상이되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내일 병원가서 설명듣고 걱정해도 될텐데 왜 미리부터 이렇게 쓸데없이 걱정하냐고, 차라리 지금 기도를 하는게 좋겠다고 남편이 조언을 했다. 참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이 안따라주는걸 어떻하라고.ㅠ


 다음날 아침 일찍 병원에 전화해서 바로 방문했고 다행이 결과는 이상없음이었다. 의사선생님이 '정밀평가요망'은 많이 있는일이고 특별히 발달에 문제가 없으면 괜찮다며 걱정안하셔도 된다고 했다. 10년묵은 체증이 사라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조금 더 성숙해진거 같다. 좀 거창할 수 있겠지만 삶의 허무함을 다시한번 느끼면서 살아가는데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되었다. 내가 정말 사랑하고 중요시하게 여겼던 것들이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 그것들을 나는 포기할 수 있을것인가? 그것들이 사라졌을때 내가 마음을 지킬 수 있을것인가?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가장 중요시하게 주어야할 것은 무엇인가? 등등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다닌다. 모든 질문에 정답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하나 생각한게 있다면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거다. 남편과 아이가 내옆에 건강하게 있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다른거 욕심내지 않고 이 순간에 감사하며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하고 웃을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꾸며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폭풍이 지난 지금 뽐봄이는 12개월 건강검진을 앞두고있다. 이제 건강검진쯤이야 하는 마음이 있을법도 하지만 오늘도 저기 구석 한켠에서 살며시 나의 옆구리를 건드는 두려움을 애써 무시한다. 


 나는 역시나, 아직까지도, 아마 평생그럴거 같지만.. 초보엄마다.


추신. 아기 건강검진 결과에 '정밀평가요망'이라고 떠도 쫄지마세요. 생각보다 그런경우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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