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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라 Feb 14. 2023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방문기

예루살렘을 떠나는 버스를 타고 아침부터 Best of West Bank투어에 조인했다. 비용이 조금 부담됐지만 혼자서 팔레스타인을 가기엔 복잡하고 위험부담이 있어서 선택한 투어였다. 가이드였던 팔레스타인 사람 Ashraf는 훌륭했다. 지난 며칠간 텔아비브, 예루살렘을 여행하면서 유대인의 관점을 주로 접했었는데 팔레스타인 지역에 방문하면서 상반된 관점을 배울 수 있었다. 뉴스를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얼마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유를 억압받고 있는지 듣고 충격을 받았다. 내가 간 곳들은 팔레스타인에서 제일 발전된 도시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프라부터 큰 격차가 느껴졌다.

내가 여행 간 날 전 날에 이스라엘군이 Jenin refugee camp을 공격해서 사상자가 나왔고 그에 대한 항의로 도시들이 strike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게들이 대부분 문 닫았었고 마치 유령도시 같았다. 처음 간 도시는 팔레스타인의 중심 도시인 Ramallah였다. 처음 본 곳은 전봇대를 타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달고 있는 동상이었는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도시를 나오면서 팔레스타인 초대 대통령인 아라팟의 묘에 갔다. Ashraf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얼마나 그를 존경했는지 얘기해 주었다. 아라팟이  good faith로 이스라엘 정부와 타협해서 80%의 땅을 넘겨주기로 해서 비극이 시작되었기에 그의 결정은 실수였다고 평가하지만 그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했다는 건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라팟의 묘 앞 모스크

Ramallah를 나오는 길에 Ashraf가 현재 팔레스타인 상황이 안 좋아져서 이후 투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줬다. 그다음 목적지는 Jericho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고 했다. 유적지가 잘 보존되어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Ashraf가 설명해 주면서 이곳이 조슈아가 점령했던 곳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지질학 연구 결과로써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주면서 본인은 크리스천이지만 성경에 있는 모든 말씀을 literally 믿지는 않고 이야기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본인에게 종교는 신앙의 문제이고 근거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Ashraf와  동의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서 그의 말이 인상 깊게 남았다. 잠깐 둘러볼 자유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투어 그룹 중 한 명인 미국인 여성이 Ashraf에게 가서 친절하지만 꽤 단호한 톤으로 본인이 다큐멘터리를 봤었는데 carbon dating에 오차가 있으며 그 오차를 감안하면 성경 속 모든 사건들이 맞아떨어진다고 얘기했다. 흘러들은 얘기고 내가 직접 조사를 안 해봐서 누가 맞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열띤 토론을 듣는 건 흥미로웠다.

Jericho 유적지를 떠나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요단강으로 갔다. 흙탕물이고 좁은 강가였는데 마주 서서 이스라엘군과 요르단 군이 보초를 서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나는 이 강을 보고 여기가 정말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성스러운 곳인가 의심이 들었었는데 몇 명 진짜 강물에 들어가서 세례를 다시 받는 사람들을 보니 여기가 맞는구나 싶었다.

강가 왼쪽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오른쪽은 요르단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었다.

Jericho를 떠나 베들레헴으로 향했다. 굽이굽이 산길과 허름한 팔레스타인 동네들을 거쳤다. 무너져 가는 건물들이 많았고 어제 본 예루살렘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라 여기가 불과 몇 시간 거리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베들레헴에서는 뱅크시의 벽화를 본 후 레스토랑에 갔다. 팔레스타인식 mezzeh와 그릴 요리가 나왔는데 배고파서 그랬는지 몰라도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곳인 church of nativity로 향했다. 운 좋게도 투어그룹들이 도착하기 전에 와서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자리를 보고 구유도 직접 볼 수 있었다.

별의 가운데가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곳이다
예수님께서 계셨던 구유

내가 느끼기에는 베들레헴이 예루살렘보다 더 성스러운 느낌이 났다. 성당도 작지만 더 아름다웠고 Ashraf가 설명을 잘해줘서 더 잘 알고 보니 느껴지는 바도 많았다. 팔레스타인을 더 여유롭게 둘러보고 싶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이번 투어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 뜻깊었던 여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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