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가족의 그림일기
젊음이 영원하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은 몰랐습니다.
굵기가 문제라면 문제일까
비율은 좋다고 생각했는데
끝없는 식탐,
익숙한 게으름
구부정한 자세로 사십여 년을 살다 보니
이젠 여기가 허리인지 목덜미인지 구분도 가지 않고
희고 곱던 피부는 건조하고 푸석한 땅콩 껍질이 되어
저는 정말 땅콩이 되어버렸습니다.
땅콩이 되어 돌아보니 우리 아이들은 아직 벽돌색 속껍질이 촉촉한 땅콩 알들처럼 보이네요.
남편이라고 별다를 거 있겠습니까
저보다 조금 날씬하다 뿐이지
얼굴엔 주름이 잡히고 머리칼은 점점 적어지는 땅콩일 수밖에요.
그래서 시작해봅니다
사춘기 큰콩 작은콩,
그리고 땅콩 부부가 살아가는 가족 이야기
땅콩살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