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에 타요, 엄마
오늘은 내가 매일 출근하는 풍경이에요. 표지판에 여기는 어느 길, 저기는 무슨 길이라고 쓰여있지만, 그저 내게는 “월급 받으러 가는 길”로 보여요. 집 앞의 길을 우회전, 좌회전도 없이 1km 정도만 쭉, 달리면 도착하거든요.
엄마도 익히 알고 있겠지만, 나는 전동차로 출근을 해요. 한국에서 처럼 기름을 넣는 큰 오토바이가 아니라, 전기로 충전을 하는 아기자기한 전기 자전거 같은 거예요. 그래도, 자전거보다는 엉덩이 의자도 크고 묵직해서 훨씬 편하게 탈 수 있어요. 물론, 힘도 별로 들지 않아요. 얼마 전 까진 헬멧을 안 쓰고 다녀서 위험했는데 이젠 이곳도 안전의식이 높아져서, 헬멧을 쓰지 않고 가다가 경찰단속에 걸리면 한국돈 만원 정도의 벌금을 내야 해요. 사실, 덥기도, 귀찮긴 하지만, 안전을 위해선 당연히 필요했던 헬멧이에요.
사실 난 이미 이 전동차 생활에 중독이 되어버렸어요.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전동차예요. 자동차 도로로 주행해야 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는 이륜차 전용 차선 도로가 있어서 자동차들과 신경전을 벌이며 달리지 않아도 되거든요. 엄마에게 처음 얘기하는 건데, 한국에 돌아가면 오토바이 면허증을 따고 오토바이로 돌아다녀야겠다는 계획도 이미 있어요. 큰 몸통에 손잡이를 엄개 위로 높게 올리고, 부앙 부앙 부아아앙 큰 엔진 소리와 함께 좌우로 몸을 흔들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말아요.
가끔 가까운 곳을 이동할 땐 아이들을 뒤에 태우기도 해요. 지금은 성인을 뒷자리에 태우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서 불가능하지만 예전엔 평생 하기 힘든 경험이라며 한국에서 방문한 지인들을 태워주기도 했어요. 나만 제공할 수 있는 여행상품처럼. 다들 마치 아이들이 된 것처럼 엄청 신나 했다고요.
이 글을 쓰며 엄마를 전동차 뒷자리에 태우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 양쪽으로 초록잎이 가득한 숲길을 달려보는 상상도 해보아요. 엄마가 어린 나를 업어줬을 때처럼, 내 등을 꼭 끌어안고 나와 함께 깔깔 웃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젠가 한국에서 오토바이 면허증을 따고, 큰 오토바이를 타게 되면, 뒷자리에 엄마를 태워줄게요. 오토바이가 아니면, 업어라도 줄게요. 뒤에서 따뜻하게 내 등을 꼬옥 안아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꼭 건강해줘요, 나이 들어 오토바이 뒤에 타도 멋있을 우리 엄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