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속상하다옹
엄마 , 오늘은 속상한 날이예요.
우리집 막내, 고양이 뽀또가 예상치 못하게 전신 마취 수술을 했거든요.
고양이는 분홍빛 도는 촉촉한 코과 잇몸이 건강의 상징이라는데, 거므스름한 잇몸에 얄밉게 붙어있는 혹 같은 것이 눈에 거슬려 병원을 방문했었어요. 그런데 걱정했던 혹은 송곳니에 부딪혀 생긴 굳은살 같은 것이라 걱정할 것이 없다지만, 외려 생각지도 못하게 송곳니 하나가 부러져 있으니 잇몸까지 다 망가지기 전에 이를 뽑아야 한다더라구요.
고양이는 간단한 발치 수술도 전신 마취를 하고 수술을 해야 해서, 사람들이 그러하는 것 처럼 이 아이게게도 혹시, 혹시나 불가항력의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무서운 내용의 서류에 사인도 하고 한시간여 남짓의 짧은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집에 도착한 뒤로도 뽀또는 잔숨을 몰아쉬며 일어나질 않았어요. 얼마나 아플까 싶어 억지로 약을 먹였는데, 그게 위에 받혔는지 왁, 토를 하기까지 하더라구요. 그 와중에도 화장실을 찾아 가서 토를 하고 모래로 덮어두는 모습이 안스럽기도, 고맙기도 해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밤 늦게까지 저러다 심장이 터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온몸을 떨며 힘들어했는데 자정이 지나서야 숨을 조금씩 고르는 것을 보고 나도 잠이 들었어요. 서서방은 뽀또에게 세상 관심없는 척 하더니, 낮게 조명등을 켜두고 곁에서 지켜봤나봐요. 늘 그렇듯 우리 가족 모두에게 조용히 고마운 아빠예요.
애완동물을 키운다는게, 정말 말 못하는 아기를 키우는 것과 같더라구요. 나도 이미 아이 둘을 키워낸 경력직이지만, 사람과 또 동물은 다른지라…. 고양이나 강아지를 안는 것도 못 할만큼 동물을 무서워했기에 모르는 것 투성이고 앙앙 울어대고 떼쓸 수 있는 아이랑은 달리, 뽀또는 그저 조용히 누워있거나 발버둥 치는 것 외에는 아무 표현도 할 수 없으니 얼마나 불편한지 상상을 할 수밖에 없네요. 내가 지금 뽀또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이마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는 것 뿐이에요. 그마저도 귀찮지 않기를 바라며.
고맙게도 나의 두 아이들, 큰 콩 , 작은 콩이 워낙 순하게 자라주기도 했고 그 아이들이 말문이 트여 꼬박 꼬박 말대답을 하기 시작한 것도 십 여년이나 지난터라 아픈 아이를 대하는 애타는 마음을 오랜만에 느꼈어요. 스물이 갓 넘어 부터 아이를 낳고 길러낸 옛날의 엄마도 지금 같은 마음이었을까요? 지금 처럼 동네병원들이 즐비하던 때도 아니고, 모든 것을 알려주는 유투브는 커녕 의료지식이라고는 아프면 만병통치약처럼 빨간약을 바르는게 전부이던 시절 열이 오르고 기침을 하는 아이를 등에 업고 둥둥 할 수밖에 없던 엄마도 이렇게 애가 탔을까요?
지난 달에 아이들 치아도 갈고 씌우고 한 바탕 공사를 끝냈는데 새로 들어온 막내까지 치아 때문에 고생을 했네요. 사람이건 동물이건 치아가 튼튼해야 오래 잘 살 수 있대요. 엄마도 선생님이 만들어준 치아가 여러 개 박혀있긴 하지만, 남은 치아라도 잘 관리해 주길 바래요. 나중에 나랑 같이 여기 저기 맛있는 것 먹으러 같이 다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