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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희 Nov 15. 2022

변호사 엄마

평소 아이를 크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소리에 민감하다 보니 시끄러운 상황이 힘들었고, 아이는 주로 시끌시끌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아이를 낳았다. 마취 때문에 정신이 혼미한 중에도 아이를 보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자식이라는 게 앞으로 내 삶에 어떤 의미가 될런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지만, 감동 그 자체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자녀 문제로 변호사를 찾아온 수많은 의뢰인들을 만났다. 당시 나는 내가 의뢰인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나 부족한 생각이었는지 이제는 안다. 엄마가 된 지금, 의뢰인들의 마음을 비로소 조금은 알 것 같다.     



우연한 기회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위촉되면서 학교폭력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교폭력전문변호사가 되었다. 평소보다 더 많은 부모님들을 만났고, 그들이 흘리는 더 많은 눈물을 보았다.      



부모님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이를 위로하는 일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들, 수습할 수 없는 상황, 조금만 더 서둘렀더라면 하는 아쉬움들은 나로서도 어찌할 수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더 있었더라면 상황을 더 좋은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었을텐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 말이다.     



내 자녀가 학교폭력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릴거라고 생각하며 지내는 부모는 당연히 없다.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일의 한 가운데 서 있게 되는 것, 또 그 일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내 자녀에 관한 일이라는 것이 학교폭력 사건을 마주한 부모님들이 가장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지점이다. ‘미리 관심을 가지고 알고 있었어야 했어요. 부모니까요’ 눈물 섞인 말들을 너무나 많이 들었다.      



변호사이기 전에 엄마로서, 이런 상황을 계속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다른 엄마 또 부모들에게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가 학교폭력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면, 학교폭력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라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말이다.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어쩌면 상황을 바꿀 수도 있을테니까.       



내가 전하는 이야기들이 작은 표지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 자녀를 더 나은 상황으로 향하게 하는, 부

모들을 위한 표지판 말이다.      



변호사, 엄마로서 그보다 더 보람된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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