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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희 Sep 22. 2023

반성문, 사과편지는 어떻게 써야할까?

학폭위, 소년재판을 앞두고 있다면 꼭 읽어보세요 (학폭 변호사의 조언)

학폭전문변호사이자 학폭위 위원장으로서도 활동하고 있는 나는, 의도치 않게 수많은 학생들의 반성문과 사과편지들을 접한다.      



학폭위 위원장으로서 학교폭력 여부를 심의하거나 조치처분의 수위를 결정할 때에는 반성문이나 피해학생에게 전달된 사과편지가 있는지를 꼭 묻고, 그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이렇게 직접 심의를 진행하며 사과편지나 반성문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에, 학폭전문변호사이자 대리인, 혹은 소년재판 보호소년의 보조인으로서 활동하며 가해학생들의 입장을 대신 대변할 때에도, 나는 늘 학교폭력 가해학생이나 보호소년이 직접 작성한 반성문이나 사과편지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보는 편이다.      



반성문이나 사과편지는 학교폭력 조치처분의 수위를 결정하는 5가지 인자 중 ‘반성정도’와 ‘화해정도’에 해당하는, 그러니까 무려 2가지 인자에나 작용할 수 있는 것이기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며, 그 중요성은 소년재판에서 또한 마찬가지이다.     



반성문이란 말 그대로 반성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기면 되고, 사과편지는 말 그대로 진심어린 사과의 마음이 잘 담기기만 하면 된다. 복잡한 논리를 개진해야 하는 보고서 등의 서면이 아니기에, 애초에는 학교폭력으로 학폭위나 소년재판에 연루된 가해학생들이 반성문 쓰는 법이나 사과편지 쓰는 법을 어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학폭전문변호사로서 상담을 진행하면서, 혹은 학폭위원회 심의 자리에서 가해학생들이 작성한 반성문이나 사과편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생각보다 의아하거나 고민스러운 마음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분명 자신의 잘못을 깊이 인정하고, 피해학생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은데, 자필로 작성한 반성문이나 사과편지에서는 진심이 느껴지기는커녕, 오히려 변명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드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학폭전문변호사로서, 또 학폭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경험이 많아지면서, 나는 많은 학생들, 또 소년재판의 보호소년들이 반성문 쓰는 법이나 사과편지 쓰는 법 자체에 굉장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반성문 쓰는 법, 사과편지 쓰는 법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변명의 내용을 기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성문이나 사과편지에는 자신의 행동 자체를 인정한다는 점, 이에 깊은 후회와 사죄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만을 풍성하게 담아내는 것이 좋다.           



잘못된 행동에 이르게 된 경위 중 참작될만한 내용이 있다면 심의 과정 전반을 통하여 설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빈정거리는 친구의 말에 욱하여 심각한 패드립을 친 상황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가만히 있는 친구에게 다짜고짜 패드립을 친 것과는 분명 다른 사안이다. 어떤 빈정거림이 있었는지, 누구라도 욱할 수 있는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이 진행될 것이고, 그 경위가 학교폭력 조치처분의 수위에도 반드시 참작될 것이다.      



하지만 빈정거림이 있었다고 하여, 심각한 패드립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어찌되었건 패드립을 행사한 것이 사실이고, 이로 인하여 피해학생에게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면 이 부분에 대하여서는 마땅히 인정하고, 사과의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반성문이나 사과편지를 쓰면서, “빈정거렸기 때문에 패드립을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소 심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취지를 작성한다면 위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반성하기는커녕, 형식적인 사과로 선처만을 받으려고 한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가질 수 있다. 변명을 하는 내용을 작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반성문 작성하는 법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2. 다시는 같은 잘못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표현하자.     


미안하다고 하면서 또 다시 같은 잘못에 이르고야 말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 것임은 물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성문을 작성하거나, 사과편지를 작성할 때에는 ‘다시는 같은 잘못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너무 늦어버린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이제라도 개과천선하여 다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결심’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사이버폭력으로 신고당한 학생이라면, SNS 사용을 어떤 식으로 자제하고 통제하고 있는지, 바른 SNS 활용을 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까지 기울이고 있는지 설명한다면 반성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3. 어떤 말로도 자신의 잘못이 정당화되지는 않기에, 무겁고 두려운 마음으로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는 점을 표시하자.     


그럴싸한 반성문과 사과편지의 내용 끝에, 마치 숙제를 끝낸 듯 가벼워보이는 인상을 준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반성문을 제출해도, 사과편지를 건네도, 잘못된 행동 자체, 상처를 준 행동 자체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는 단지 후회와 사죄의 마음을 표시하기 위한 가장 작은 몸짓일 뿐, 지금도 여전히 무겁고 떨리고 두려운 마음인 점을 표시하며 상처 회복을 위해 충분한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는 점을 표시하는 것이 좋다.      



학폭위원회에서도, 소년재판에서도 반성문과 사과편지 등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과 달리, 가벼워보이는 반성문 또는 사과편지를 전하는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오늘 학폭전문변호사로서 성의껏 작성한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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