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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희 Mar 28. 2024

워킹맘 변호사, 봄에는 조금 더 걷고 단단해져야지

변호사로 일하면서 쉽지 않은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우아하고 전문적인 직업으로 생각해 오랜 시간을 인내하며 취득했던 변호사 자격증은 생각보다 무거운 것이었다. 

의뢰인은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어려움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쓰러져 있는 의뢰인을 휠체어에 태우고 지나야 할 오르막길을 오르는 일


나는 변호사의 일이라는 게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혹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매순간이 고통스럽고 불안할 의뢰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면서도, 가야만 할 오르막길을 다 오를 때까지 밤낮으로 그 무게를 물리적으로 짊어지고 감당해야 하는 일.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잘 견디고 버텨내야 하는 일이 바로 변호사의 일인 것이다. 



정신적인 노동이라고만 생각했던 변호사 일은, 생각보다 많은 물리적인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일이었다. 

체력적으로 버텨내야 하는 부분 또한 많다는 점에서 육체적인 노동까지를 상당 부분 필요로 하는 일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일하랴 아이를 돌보랴, 정신적으로도 또 체력적으로 버거운 날이면, 날카로운 의뢰인들의 말이 유독 아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예민할 수밖에 없을 의뢰인들을 더 들어주고 이해해 주어야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변호사이기 전에 사람인지라 힘든 생각이 들 때도 있는 것 같다. 

이전에는 어쩌면 많은 것을 배우고 습득하는 일에만 노력을 기울이면 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더 좋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라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 걷는 일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는 좀 더 단단해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일이 되어 주는 것 같다. 

날이 조금씩 풀리는 듯 하다. 

때가 되면 어떻게 알고 꽃들은 어김없이 피는지, 새삼 봄을 실감하게 된다. 

춥고 차가울 의뢰인들의 마음에 봄을 가져다 주기 위해서라도 

더 부지런히 걷고, 생각하고, 일하는 매일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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