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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야 Mar 23. 2022

우리동네 사람들

#03 양산 남부시장 양주튀김

[양산 남부시장 양주튀김]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에어프라이어의 등장과 거기에 맞는 가공식품들이 쏟아져나왔다. 기름에 직접 튀긴 음식을 마구 즐기기엔 성인에게는 부담스러운 음식이긴 하다. 그러나 바삭바삭 바사삭 갓 튀겨져 나온 튀김 맛은 그 어떤 것과 비할 바가 있을까.      

 업무차 중부동에 갔다가 바로 앞 남부시장에 들렀다. 보통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재래시장으로의 발걸음은 오랜만이었다. 대형마트는 일목요연하게 진열되어 있는 상품에 내가 필요한 물건만 쏙쏙 찾을 수 있지만, 그곳에서의 거래는 나와 상품. 이 두가지만 존재한다. 그래서 재래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정은 없다. 재래시장은 상인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수도 있고, 또 시장보러 온 손님하고도 함께 흥정하기도 하고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역시 사람과 사람이 중심이 되어 소통하며 물건을 사는 것이 인간미가 느껴지고 그래서 이곳이 재미나다.


  나는 필요한 물건을 사고 둘러보다 어느새 튀김향기에 몸이 이끌렸다. 눈을 힐끗거리며 어슬렁거리고 있는 나에게 적극적으로 오라고 손짓을 하는 양주튀김에서 내 발은 자동으로 멈췄다. 나는 떡볶이와 튀김을 주문했다. 빠알간 떡볶이의 달달한 양념에 오징어 튀김을 찍어 한입 물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오징어튀김. 아~ 너무 맛났다. 오늘 하루의 긴장감마저 함께 녹아내렸다.     

 양주튀김은 분식류와 튀김, 전을 팔고 있다. 요즘은 가정의 제사상에도 손수 튀김이나 전을 부치지 않고 시장에서 사서 올리는 경우도 많다. 조상들을 기리는 자손들의 마음이야 달라졌기야 하겠냐만 바쁜 현대 사회에 좀 더 편리한 방법을 찾는 것이니 부디 조상들은 서운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깔끔하게 차려입고 머리도 붉은 색으로 염색하고 정성스레 손질하신 정갈한 모습의 아주머니는 튀김류의 대가인 듯 얼굴엔 자신감과 카리스마가 넘쳐 보였고, 진주로 장식된 귀여운 옷을 입으신 아주머니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계셨다.   


 몇 안 되지만 힘든 야간 일을 하시고 허기진 배를 채우러 오시는 손님들을 위해 아침 7시에 문을 여시며 장사를 하신 지 10년째라 하신다. 밤새 산업전선에서 잠을 이기고 일하시는 분들이 계시는가 하면 또 그분들의 먹거리를 위해 아침 일찍 문을 여는 가게가 있다. 이렇게 우리 모두는 사실 조금씩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 듯하다. 역시 대형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더불어 사는 삶을 느끼며 나는 어느새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대형마트처럼 깔끔히 정열되어있고 한치의 오차도 없을 것 같은 사람보다는 재래시장처럼 조금은 틀려도, 또 느슨하더라도, 덤을 주기도 하는 나는 그런 정다운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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