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P 나는 매사가 즉흥적인 사람이다.
해외여행을 갈때도 한 번도 계획이란걸 세워본 적이 없을 정도이다.
제일 심했던 건 코로나 전 마지막으로 갔던 푸켓여행...
출발전날 비행기 티켓을 샀고, 비행기 체크인하고 나서 라운지에서 호텔예약하고 5박6일을 계획없이 지내다가 돌아왔던게 베스트였다(BRAVO MY LIFE)
이런 내가 예약을 하고 병원을 간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아파도 참다가 참다가 남편이 병원가라고 말해도 몇날 며칠을 참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나 병원다녀올께'하고 병원간다고 나오기가 일쑤였다.
이런 나를 1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ISTJ남편...
화요일이었던 어느 날도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통증으로 허리도 못펴고 있다가 갑자기 큰 병원을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집근처 ㅊ병원에 나름 유명한 선생님께 예약을 했다.
내 급한 마음과는 상관없이 전화한 한달뒤를 제일 빠른 날짜라고 예약을 잡아주었다. 나만큼 아픈 환자가 자궁에 문제있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다는 뜻이겠지?
나는 병원을 당장!! 가야되는 불타는 열정을 막지 못해, 내가 예약한 이 병원말고 좀 더 빨리 진료볼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만능 정보통은 네이버카페 중 자궁에 문제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이었다.
이 곳은 나처럼 아니면 나보다 더 자궁이 아픈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라 유용한 정보는 거의다 찾을 수 있었다.
이 카페를 며칠에 거쳐 이 잡듯이 잡았더니 경북의 어느 중소도시에 있는 종합병원에 계시는 산부인과 선생님중 한 분이 자궁내막증 '명의' 중 한 분이라고 찾을 수 있었다.
그 경북의 어느 중소도시는 나에겐 꽤 익숙한 곳이었다.
나의 외갓집이 있는 곳으로 4명중 3명의 이모와 한분의 외삼촌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이 포진하고 있고, 남편의 직장때문에 근 1년을 생활했던 곳이었다.
그래서 내가 사는 김포에서 물리상의 거리는 멀어도 심리적 거리는 아주 가까웠기에 진료를 봐야겠단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그 병원의 K과장님은 월, 목요일만 진료를 보는 곳으로 예약을 하려면 내년(2023년)이나 가능하였기에 성질급한 나는 당일진료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당일진료접수는 8시부터였지만 워낙 유명한 분이라 새벽부터 줄을 서고 줄을 빨리 설수록 오전에 진료를 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다음날 친정이 있는 대구로 가서 하루밤을 자고 목요일 새벽, 그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오랜만에 혼자 간 친정은 참으로 낯설었고, 부모님의 가게에서 오후2시쯤 오리고기를 먹고 (이게 최후의만찬이 될 지는 그때까진 몰랐다) 아이와 함께 있으면 할 수 없는 낮잠자기를 밤10시까지 계속하였다.밤잠인지 낮잠인지 구분 할 수도 없는 그 꿀잠을 자고나니 가게를 마친 부모님이 돌아오셨고, 저녁을 권하셨지만, 365일 다이어터는 유혹을 물리치고 또 밤잠에 들 수 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차 한대만 내놓으라고 말했지만, 엄마는 나와 같이 가겠노라고 말씀하셨다.
"엄마랑 가면 불편하다. 그냥 내 혼자 가께!!" 라고 말했고, 엄마는 굳이 보호자를 자청하셨다.
나는 마음이 불편하였다. 내일모레 70인 엄마가 불편한 병원에 장시간 같이 계시는 것도 불편하였고, 아픈 나를 보며 걱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나도 불편하였다.
그러나 엄마는 이런 나의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리 뿌리쳐도 병원에 같이 가려는 마음을 접지 않으셨다.
그리고 우리 모녀는 새벽 5시에 집에서 나섰고 6시 조금 넘은 시간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