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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Z Jul 30. 2022

'자궁 심부 내막증'을 진단받았습니다 - 03

호르몬 약의 공격

나는 그렇게 '자궁내막증'을 진단받고 '야즈'라는 약을 처방받았다.

의사는 조그마한 책자를 펼쳐놓고 몇 가지의 평범한 부작용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혈전의 위험성에 관해서는 강조하여 설명해 주었다.

35세 이상하거나 흡연자에게서 혈전의 위험률이 높지만 코로나 백신의 혈전 생성률보다는 낮다고 설명해 주었다; 35세 이상이지만 흡연자가 아니므로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호르몬제의 무서움은 이미 알고 있어서, 의사에게 약 복용을 꼭 해야 하냐고 물었다.

"월경을 하면 피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돌아다녀서 약 복용을 해서 잡아두는 게 좋습니다."라고 말했고, 나의 증상에 대한 쉬운 설명에 '아.. 꼭 먹어야 되는 거구나'라고 바로 수긍이 되었다.

그렇게 처방전을 받아 들고 약국으로 향하였다.

약사는 나에게 호르몬 제재의 과거 복용 여부에 대해 물어봤고, 처음 먹는 나에게 약의 복용법 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내가 받아온 '야즈'라는 약은 가장 최근에 나온 4세대 피임약이며, 다른 피임약보다 혈전에 대한 부작용이 크다는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365일 다이어터인 나는 약사에게 체중 증가에 대한 부작용이 있냐고 물어보았고, 약사는 요즘 나온 4세대 피임약은 체중 증가보다 오히려 체중감소에 대한 부작용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살이 빠진다니!!! 나는 살짝 기분이 좋아진 채로 약국을 나왔다.

하루 중 제일 먹기 편한 시간에 먹으면 좋다는 약사의 말에 따라 나는 오전 10시로 알람 설정을 해 두고 매일 아침 10시에 작고 작은 내 아들의 코딱지보다 조금 더 큰 약을 입속에 털어 넣었다.

그 조그마한 약이 내 기분과 몸을 어마 무시하게 지배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 살이 빠진다는 부작용을 철석같이 믿고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그 약을 먹고 24시간이 지난 뒤부터 속이 울렁울렁, 꼭 임신했을 때의 입덧처럼 속이 매스꺼웠다. 속이 매스꺼우니 당연히 끼니 생각은 들지 않았고, 몸은 축축 처져만 갔다.

먹지 못하고 몸이 쳐지고 움직이기 싫으니 우울감이 밀려왔다.

사실 우울감이 먼저인지 속이 매스꺼운 게 먼저인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몸은 물먹은 스펀지처럼 며칠을 축 쳐져있었다.

나의 소중한 아이를 제대로 캐어하지 못하였고, 남편은 만사 귀찮은 와이프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 조그마한 약을 먹은 와이프를 그 사람의 힘으로는 이길 수가 없었다.

보름 조금 넘게  그렇게 생활하다가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이렇게 아프면 살아서 뭐하나'라는 생각이 하루 종일 나에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러면서 만사 귀찮고 식욕이 없으며 부정적인 생각이 끊임없이 생겨났다.

우울증을 앓아본 적은 없지만 이게 우울증의 증상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러다 정말 죽겠단 생각이 들어서 그 친절하지 못한 의사에게 다시 가서 증상을 얘기했다.

환자에게 공감을 하나도 못해주는 의사는 다른 약을 처방해주길 머뭇거리며 이 약 말고는 대체약이 없다는 듯 얘기를 했다.

하지만 나는 나 스스로가 이 사태의 심각성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그리고는 나는 의사에게 강력하게 약을 바꿔주길 요청하였고, '클래라'라는 약을 처방받아왔다.

'클래라'는 다행히도 감정 기복 같은 큰 부작용은 없었지만, 같은 4세대 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체중 증가의 부작용이 있었다.

식이요법과 꾸준한 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1킬로씩은 꼭 쪘다.

하지만 문제는 체중 증가가 아니었다. 약을 3달 가까이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통증은 나날이 더 심해져 갔다.

잠이 들면 30분에 마다 허리 통증으로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고, 알레르기 비염환자인 나는 잠잘 때 재채기를 심하게 했는데(많이 할 땐 연속 20번도 한 적도 있다) 허리와 배 통증으로 도저히 재채기를 할 수가 없었다. 오른쪽 골반과 종아리 발가락까지 저린 증상이 나타났다.

그중 제일 심했던 것은 허리 통증이었는데, 허리를 꼿꼿이 펴고 걸을 수 없었고, 신호등이 바뀌는 순간조차 배 통증으로 인해 뛸 수가 없었다.

증상들은 점점 심해져서 호르몬 약 복용 중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병원에서 나의 '자궁내막증'을 진단받은 지 2개월 만에 더 큰 병원으로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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