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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Aug 19. 2024

해외에서 워킹맘으로 살아가기

출산 휴직 후 복직 그리고 예기치 못한 부서이동

두바이에 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을 꼽자면 현지 노동법상 사용할 수 있는  출산휴가는 60일(풀페이 45일, 하프페이 15일) 그리고 육아휴직은 풀페이로 5일뿐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23년도 4월 이후 개정된 법인지라 이 정도이지 이전에는 출산 휴가가 45일뿐이었다고 한다. 막상 내가 출산을 앞둔 산모가 되다 보니 단 하루라도 더 끌어쓰고픈 욕심에 두바이 노동법을 읽고 또 읽었더랬다. 


그래도 나의 경우엔 담당 팀장님께서 최대한 배려해주셔서  무급휴직을 2개월 더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나와 같이 휴직을 추가로 신청한 선례가 거의 없다 보니 승인을 받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하였다. 그래도 내가 처한 상황을 이해해 주시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팀장님 덕분에 감사한 마음으로 출산휴가를 최대한 길게  수 있었다.


다만 내가 출산 휴간을 간지 얼마되지 않아 팀장님께서 다른 부서로 가시게 됨과 동시에 나 또한 복직하는 첫날 예기치 못한 부서이동을 하게 되었다. 휴가를 가기 전에 이미 인수인계를 다한 터라 특별히 해야 할 것은 없었으나 나의 복직을 기다리고 있던 고객사에 연락하여 현 상황을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게 된 부서도 급작스럽게 두 명이 연달아 퇴사하게 되면서 공석이 생겨버렸고 당장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내가 대신 그 자리를 메꾸는 것으로 대체된 듯했다.


어느덧 3년 차가 되었기에 어느 정도까지는 내가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나 막상 업무를 연이어 받아 사업 진행을 하고자 하니 처음부터 너무 막막하였다.

물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지만 그래도 이런 막중한 업무를 갓 출산휴가에서 복귀한 나에게 던져주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라는 문장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하루하루 막막함과 긴장감 속에서 사업 진행을 해가며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자포자기의 상태가 되다가도  정신을 차리고 나 자신을 다독이며 하루에 해야 할 일만 무사히 마치자 라는 생각으로 그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 모를 만큼 너무 바쁜 와중에도 신랑과 내니 이모가 보내주는 아이 사진을 보면 전업주부가 되어 아이 양육에만 전념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엄마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이를 임신했을 당시에는 퇴사를 생각하긴 했었으나 나라는 사람 자체가 온전한 전업주부가 되기엔 가사 일에 크게 재주가 없어 조금이나마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워킹맘을 결심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오로지 아이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다는 미안함에 평일에는 내니이모를 퇴근시킨 후 저녁부터 출근 전까지 그리고 주말에는 아이와 온전히 함께 하고 있다.


내가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셔서 할머니댁, 친척들 집을 전전하며 컸어서 인지 내 아이만큼은 다른 사람 손이 아닌 내 손으로 키워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내가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내가 정말 쉽게 생각했었구나 싶고 나를 직접 양육하지 않은 엄마에게 매번 섭섭함을 토로했었는데 엄마에게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워킹맘의 비애라고 단정하기엔 내가 선택한 길이고 내가 감내해야 할 일이기에 그저 앞으로 닥쳐 올 나의 상황들을 무사히 잘 이겨 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내 아이가 당장은 나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간 내 나이가 되었을 때 내가 그랬듯 날 이해 해 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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