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교 살이 중
목요일 12시 30분. 일주일 중 내가 가장 긴장하는 시간이다. 부산스럽기 그지없는 5-6살 꼬맹이들이 미술 수업을 하러 오기 때문이다. 비교적 수업이 잘 진행되다가 뭐 때문인지 잔뜩 삐진 T가 의자를 다 쓰러뜨리고, K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교실 이곳저곳에서 뛰어다니긴 했지만 적어도 주먹싸움이 나진 않았다. 이쯤이면 오늘은 그나마 괜찮은 거였다. 1시 30분경, '아, 끝났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을 홈룸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교실 문 앞에 줄을 세웠다. 담임 선생님인 Ms. J가 아이들을 데리러 와서는 줄 맨 앞에 서 있는 M을 유심히 보신다. 그리고 M의 머리를 가리키며 내게 물으시는데,
"혹시 이거 어떻게 된 일인지 아세요?"
뭐지? 싶어서 Ms. J가 가리킨 M의 머리를 보니 오른쪽 머리 옆에 영구머리 같은 땜빵 자국이 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전혀 몰랐었다. 오늘 활동에 가위를 썼어야 했는데, 아마도 가위를 가지고 있다가 본인 머리를 스스로 자른 모양이다.
눈이 동그래져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두 선생님의 모습에 M 자신도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모양이다. 곧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잘못했다고 한다. 땜빵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머리를 베지는 않았으니 다행이었다. (휴우~~)
방과 후 M을 데리러 온 그의 아버지에게 상황을 설명드렸다. M은 아빠 앞에서 또 눈물을 와락 쏟았고...'아, 그러게. 왜 그랬니~~'
짧고 굵게 M을 훈계시킨 M의 아버지가 집에 가는 길에 이발소에 들러야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M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교정을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