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당시 국민학교) 4학년 때 우리 가족은 새로운 마을로 이사했다. 그 마을에는 학교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다니던 학교를 계속 다녀야 했다. 이사 후 처음 학교에 간 날, 엄마가 나를 학교에 데려다주시며,집에 갈 때는 나 혼자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고 하셨다. 학교에서 겨우 두 정거장 거리라며. 그리고 버스 번호를 말해 주셨다. 나는 아직도 그 번호를 기억한다. 82번.
방과 후 나는 82번 버스를 탔다. 그리고 두 정거장 후 버스에서 내렸다.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나는 이사한 집을 볼 수가 없었다. 갑자기 비가 엄청 내렸다. 내 눈물도 주룩주룩 내렸다.
당시에 핸드폰은 없었다. 다행히도 다른 버스를 탈 돈이 있었다. 나는 다른 82번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버스 기사분에게, "이 버스 땡땡 마을 가요?"라고 물어보았다. 기사분이 "그래!"라고 대답해 주셨다. 그리고 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마지막 정류장이야, "중학생쯤 되어 보였다. 그리고 또 다른 목소리를 들었다. "내가 거기서 내리니까 내 옆이 앉으렴."
그분들이 내 젖은 옷과 눈물을 보았음이 틀림없다. 그분들의 친절에 감동해서 또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집에 잘 도착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다른 정류장에서 내렸다가 사람들이 도와준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크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아이고, 미안하구나. 버스에서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났네! 자랑스럽다 우리 큰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