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왜 낳았어?
엄마와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
친정엄마는 4남매 중 막내인데, 외할머니가 마흔에 친정엄마를 낳으셨다. 외할아버지는 엄마가 아기 때 돌아가셨단다. 아빠 없이 자란 늦둥이 우리 엄마, 어느 날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에게 묻는다.
“엄마, 나 왜 낳았어?”
“우리 딸한테 이 예쁜 세상 보여주려고 낳았지.”
나와 남편은 결혼 초반에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고 있었는데, 내 나이 30대 중반에 들어설 무렵,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던 동료들 중 세 명이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했다. 그것도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 이렇게 다양한 국적으로. 그 시기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 이유, 낳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아이를 진정으로 원하나?’ 그래서 친정엄마한테도 같은 질문을 했었고, 그때 엄마가 위의 일화를 말씀해 주셨다. 외할머니의 이 가슴 뭉클한 답을 들었으면 아이를 갖었을 법도 한데, 오히려 그것이 나에겐 아이를 낳지 않는 쪽으로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내가 아이를 원했던 이유는 아이를 위한 것이기보단 나를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남편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는데, 남편은 나와 둘이 지내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나 역시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아기보단 지금 내 옆에 있는 남편이 더 소중하니 우리는 아이를 갖지 않는 게 더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올해 10년 차인 우리 부부는 육아하는 커플들과는 다른 종류의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
좋은 세상 보여주려고 우리 엄마를 낳은 외할머니,
그리고 그런 외할머니를 통해 세상에 나와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친정엄마가 내 엄마여서 참 좋다.
오늘따라 친정 엄마가 더 보고 싶다.
(이 글은 4년 전 적어 놓았던 것으로, 현재 결혼 14년 차인 우리 부부는 지금도 무자녀로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