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손 길이 줄어드는 순간
엄마 내가 깎았어요.
아들이 혼자 손톱을 깎고 보여주며 말한다. 늘 엄마가 깎아줬는데 이번엔 스스로 깎을 수 있을 것 같아 하나하나 도전하다가 열 손가락을 다 깎았다고 한다. 신생아 때 가위로 벌벌 떨면서 깎아주던 때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덧 스스로 손톱을 깎게 되었다. 약간 삐뚤빼뚤한 아들의 손톱을 보며 뭉클했다. 돌 무렵 첫 발을 떼며 불안불안 걷던 때와 같은 마음이었다. 이런 뭉클한 순간들이 있다.
스스로 어설프게 양말을 신은 날
스스로 단추를 잠근 순간
스스로 화장실을 다녀오고
스스로 샤워를 하고
혼자 편의점에 다녀오고
혼자 미용실에 다녀오고
.....
이젠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처음엔 스스로 해내서 신통방통한 것들이었다. 스스로 깎은 손톱이 조금 더 의미 있는 것은 엄마의 손 길을 필요로 했던 마지막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스스로 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때로는 이것이 서운하여 아이가 할 수 있는 것도 해 주는 부모를 봤다. 물론 못 미더워서 해주는 부모도 있다. 중학생 자녀의 머리를 감겨주는 부모도 있고 고등학생 자녀의 학원교재를 챙기는 부모도 있다. 이런 손 길은 결국 아이와 부모를 더 힘들게 한다. 아쉬워도 못 미더워도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손을 떼야한다. 그리고 결심하자.
손 길은 줄고
마음 길은 열어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