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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ge Graph Jul 02. 2017

멀고도 먼, 당신

일상문학 스물한 번째



우리는 참 외롭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만나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친구들이 있어도,

특히나 월요일을 맞이해야 하는 일요일 밤이 되면 

삶의 무게와 외로움이 한꺼번에 자신을 덮쳐올 때가 있죠. 


혹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저 많은 사람들 속에 

내가 내 한 몸 비집고 들어가 지하철을 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요. 


Diego3336 Flickr


그리고 나를 더욱 외롭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각자의 외로움을 견디고 있지만, 

그것은 나눌 수도, 공유할 수도 없는 오로지 내가 지고 가는 무게라는 것이 

삶을 더 외롭게 합니다. 



정호승 시인은 그의 책 <우리가 어느 별에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에게도 외로움이란 내가 매일 먹는 물과 밥과 같다. 물을 마시지 않고 밥을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에 매일 그 밥과 물을 먹는다. 



물론 시인은 나중에 '사랑'이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정말요?



ASKY

안. 생. 겨. 요.


GRD ASKY

그래도 안. 생. 겨. 요



시인은 세상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기에 그런가 봅니다. 


그렇지만 세상살이 퍽퍽한 우리들은 

가끔 사랑을 해도 외롭고, 

사랑을 못해서 외롭고, 

인터넷에 사랑쟁이들의 글을 봐서 외롭고, 

그냥 다 외로울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가깝지만 멉니다.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나같이 외로운 사람은 수두룩하고,

모쏠도 수두룩하고,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많은데 

왜 정작 이 많은 사람들과 내 외로움은 공유되지 못하는 걸까요. 

공유를 한다 해도 왜 외로움은 덜어지지 않는 걸까요. 






오늘 일상 문학에서는 

외로움을 섬에 빗댄 

두 시인을 만나보려 합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들 사이는 그럼 바다겠네요.

바다와 같이 멀고도 먼 사람들 사이에 

그래도 섬이 하나 있습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라고.


사실 섬이 있어도, 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배편이 무서울 수도 있고, 그 섬이 너무 작아서 발 딛기에는 무서울 수도 있고. 

섬에 무서운 맹수나 식인종이 살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시는 '그 섬에 가고 싶다.'로 끝이 납니다. 






그리고 여기, 그 섬에 가고 싶은, 

혹은 다른 사람에 조금이라도 닿고 싶은 또 다른 시인이 있습니다. 


Death cab for Cutie

(귀요미를 위한 죽음 택시)

라는 밴드입니다. 



https://youtu.be/-3b6hDCIeDk




The Atlantic was born today

And I'll tell you how

The clouds above opened up

And let it out

I was standing on the surface

Of a perforated sphere

When the water

Filled every hole

And thousands upon thousands

Made an ocean

Making islands where no

Island should go

대서양이 오늘 만들어졌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말해줄게.

하늘 위의 구름이 열리고 

그리고 쏟아졌어.

나는 구멍 뚫린 구의 

표면에 서있었어.

물이 모든 구멍을 가득 채울 때 

그리고 수천, 수만의 

바다를 만들고

꼭 가야 하는 섬은 아닌 

섬들을 만들 때


Oh no

Most people were overjoyed

They took to their boats

I thought it less like a lake

And more like a moat

The rhythm of my footsteps

Crossing flatlands to your door

Have been silenced forevermore

The distance is quite simply

Much too far for me to row

It seems farther than ever before

아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하게 즐거워했어

그들은 그들의 배를 탔지.

나는 그게 호수랑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 

그건 도랑 같은 거야

너의 방 문 앞의 편편한 땅을 지나는

내 발걸음의 박자는

그 뒤로는 영원히 조용해지고 말아.

그 거리라는 게 참 간단한데

내가 노젓기에는 너무 먼 거리지. 

그 어느 때보다 더 멀어 보여. 


Oh no 

I need you so much closer

아냐,

나는 더 가까이에 네가 필요해

I need you so much closer

I need you so much closer

I need you so much closer

I need you so much closer

I need you so much closer

I need you so much closer

I need you so much closer

I need you so much closer

I need you so much closer

I need you so much closer

I need you so much closer


So come on, come on

그러니까 다가와줘, 다가와줘

So come on, come on

So come on, come on

So come on, come on


*의역/오역 있음. 마침표는 해석을 위해 임의로 찍었습니다. 


곡이 시작하면 기차 차창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대서양 이야기를 시작하죠.

정말 바다인지, 아니면 두 사람의 눈물인지 모를 물든

하늘 위에서 쏟아지고, 

여러 섬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 과정을 노래하는 이는 전부 지켜보고 있었고요. 


그러고 나서 배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호수같이 탁 트인 넓은 곳이 아닌

성을 지킬 때 파는 도랑 같은 것에 노래하는 이는 고립되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어찌어찌 문 앞까지 갔는데 

닿고 싶은 이의 집 문 앞까지 갔던 발걸음은 

조용해지고, 

결국 그 아주 짧고, 아주 간단한 거리는

노 저어 가기에도 먼, 대서양의 끝과 끝 같은 거리가 되고 맙니다.


그렇지만 노래의 마지막은 

마치 노를 저어 앞으로 가는 것처럼 

계속해서 반복되는 행으로 끝이 납니다. 


I need you so much closer

So come on, come on





우리는 섬처럼 멀리 떨어져 있고,

혹은 우리들 사이에 섬이 있기도 합니다.

이 대륙과 저 대륙이기도 하고요. 


어찌 됐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멀고도 먼 당신들이죠. 


그렇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에게 닿고 싶어 합니다. 


정호승 시인이 이야기한 사랑,

그것은 어쩌면 완전체입니다. 진정한 사랑이죠. 

(물론 시인은 인간을 벗어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도 이야기합니다.)


그렇다. 인간은 사랑하지 않을 때 외롭다. 아무도 진정으로 나를 사랑해 주지 않을 때 나 또한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때 외로움에 몸을 떨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한테 가장 많이 상처를 받듯이 사랑하는 사람한테 가장 많은 외로움을 느낀다. 그것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면서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결합해놓고 그 사랑을 핑계로 서로 소유하고 지배하려 드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 삶의 외로운 풍경이다. -정호승


'진정한'이란 수식어는 붙일 때는 진정하다고 생각될지 몰라도

붙이고 나면 너무 가혹한 수식어입니다.


우리는 진정한 인간들이 아니기에

우리가 하는 사랑도 진정한 사랑이 아닐 수 있습니다. 

서로 소유하고, 지배하려 드는 것, 그것이 오늘날 사랑의 한 형태일 수도 있고요. 

그것이 오늘날에는 어쩌면 '진정한'사랑이 되어버렸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닿고 싶어 하는 이 마음, 

이 마음은 가혹하지도 않을뿐더러 완전체가 아닙니다.


서툴고요.

그저 하나의 징징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가기엔 머니까 네가 다가와, 같은.




외로움에 저항하는 방법은

혹은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이 작은 움직임,

섬에 가고 싶어 하는 것,

섬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섬을 향해 노를 젓는 것,

노를 저어 가면서도 너에게도 나에게 다가와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쓰는 것.

오늘도 아무도 보지 않는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것. 

누군가의 글에 댓글을 다는 것.

좋아요를 누르는 것.

트위터에 글을 쓰는 것. 혹은 리트윗을 하는 것.

오밤중에 그 친구에게 '뭐해?'라고 카톡을 보내는 것. 



멀고도 먼, 당신을 향한 

작은 몸짓들일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안생기지만

자꾸 생기려고 합니다.

'안생겨요'를 외치는 우리들은 생기고 싶기에, 

혹은 함께 '안생기는' 당신들에게 닿고 싶기에 안생겨요를 외칩니다. 




그 몸짓들이면 되었습니다.

그 정도면 오늘의 외로움을 달래서 내일로 넘어가기에는 충분한 몸짓들입니다. 

papers.co




일상문학 숙제

1. 누군가의 '섬'을 생각해보자. 

2. 그 섬에 닿고 싶은 마음을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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