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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ge Graph Jun 24. 2017

질투는 나의 힘

일상문학 스무 번째 


Cincinnati Shakespeare Company




IAGO

Beware of jealousy, my lord! 

It’s a green-eyed monster that makes fun of the victims it devours. 

The man who knows his wife is cheating on him is happy, 

because at least he isn’t friends with the man she’s sleeping with. 

But think of the unhappiness of a man who worships his wife,

 yet doubts her faithfulness. He suspects her, but still loves her.

장군님, 절대로 질투를 하시면 안 됩니다. 

질투라는 건 사람의 마음을 맘대로 농락하고 사로잡는 파란 눈을 한 괴물입니다. 

아내의 부정한 것을 알면서도 자기 운명을 잘 알고, 

불의의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는 행복한 사람이지만, 

일구월심 그 여자한테 빠져서 의심하고 그러면서도 

역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남자는 얼마나 가련합니까. 


IAGO

Poor and content is rich, and rich enough,

But riches fineless is as poor as winter

To him that ever fears he shall be poor.

Good heaven, the souls of all my tribe defend

From jealousy!

가난해도 족한 것을 안다면 백만장자 부럽지 않겠지만, 

대단한 부자라도 가난뱅이가 되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만 한다면, 

그 마음은 엄동설한같이 쓸쓸할 겁니다.

하느님, 저희들 인간에게 질투와 의심을 일으켜주지 마시옵소서!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의 한 장면입니다. 

충실한(?) 부하 이아고가 오셀로에게 충언(?)을 하는 장면인데요. 


오셀로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리고 짐작컨데 저런 말을 앞에서 보란듯이 하는 사람은 늘 그렇듯이

이아고는 못된 놈입니다. 

오셀로를 비극으로 치닫게 만드는 나쁜 놈이죠. 

저는 이아고가 싫습니다. 

누군들 이아고를 좋아하겠느냐만은 

저 말, 볼드체를 한 저 말, 저 말은 참 파렴치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Good heaven, the souls of all my tribe defend

From jealousy!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사이를 갈라놓은 장본인!

질투와 의심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인

이아고의 입으로 저런 말을 하다니요! 

나쁜 놈!



셰익스피어가 <오셀로>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으로 잡은 것은 '의심'과 '질투'였습니다. 

마치 요새 심리학자들이 감정에 대해서 연구를 하듯이

셰익스피어도 그 당시의 어쩌면 최신의 방법으로 감정에 대한 연구를 한 셈이죠.

'질투'라는 감정이 끝까지 가면 어떻게 될까?

한 사람이 어떻게 파멸할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많은 감정들 중에 

'질투'는 참 신기한 감정입니다. 









질투에 대한 사람들의 평은

참으로 야박합니다. 







마치 정곡을 찔린 양, 

'질투 명언'이라고 구글에 치기만 해도 아래와 같은 명언들이 많이 나옵니다. 



모든 격정 중에서 가장 추악하고 반사회적인 것, 그것은 시기다. - J.S. 밀 
쇠가 녹슬어 없어지듯이 질투심은 자신의 격정에 의해 마음이 지치고 정신적으로 황폐화되는 것이다. -안티스테네스 
시기는 증오보다 더욱 비타협적이다. - 라 로시코프  
시기심을 나타냄은 자기 자신에 대한 모욕이다. - Y. 예프첸코 
시기와 질투는 항상 타인을 쏘려다가 자신을 쏜다. -맹자


이걸 보면 질투가 뭐라도 되는 것 같죠. 

셰익스피어의 극을 봐도, 질투는 참으로 잔인하게도 한 인간을, 

그리고 그 인간이 사랑하는 사람을 파멸로 몰아넣습니다. 


그렇지만 질투도 감정인데 

분명 뭔가 뒤틀리고,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그 감정도 이유가 있으니 나오는 것일 텐데 말이죠. 


여기 질투는 나의 힘이라고 이야기하는 시인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언어영역 지문에서 딥다크한 소울로 우리를 흠칫흠칫 놀라게 했던 시인, 기형도입니다.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제목 치고 그렇게 힘이 있는 내용은 아닌 것 같아 보이죠. 

그의 인생에서 질투는 이런 것들입니다. 


"너무나 많은 공장"

"가진 것 탄식 밖에"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그렇지만 그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자신의 생이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다는 걸요. 


그 스스로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을지언정,

속으로는 많이 사랑받고팠다는 것을요. 


그리하여 질투는 그의 힘입니다.

슬프게도 그렇습니다. 

심지어 질투는 그의 희망이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필히 오는 부정적인 감정들 

우리는 이 감정 자체에 보다는 

이 감정을 생각하면서 받는 2차 피해가 더 많습니다. 




질투를 했다-> 질투는 나쁜 거야 ->
나는 왜 내가 노력 않고 누군가를 질투할 뿐인 사람인 걸까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렇지만 질투는 없앤다고 없앨 수도, 

질투를 많이 느끼고 덜 느낀다고 해서 그 사람이 더 완성된 사람인 것도 아닙니다. 


<변신 이야기>의 저자 오비디우스의 질투를 보는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사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별의별 미친 이야기들을 다 모아놓은 <변신 이야기>의 저자라면

셰익스피어만큼이나 인간의 감정을 많이 연구하고, 실험해보았을 것입니다. 


시기심은 살아 있는 자에게서 자라다 죽을 때 멈춘다. -오비디우스 


질투에 대해서는 그의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할 수밖에 없는 것.

그래서 만약 질투를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살아있다는 반증인 것. 



지금 이 시간, 

질투를 하고 있는 우리들은 살아있습니다. 

질투는 우리의 힘입니다.




일상문학 숙제

1.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두어 보자.

2. 내가 가진 질투, 시기, 의심에 대하여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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