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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나 Sep 20. 2020

일과 스트레스에 매몰되지 않기

[2020.9.1~14] 미라클 모닝 일지



9월 이후 미라클 모닝 일지를 올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라클 모닝 루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동생이 수술을 받았고, 한 차례의 수술을 더 받아야 한다.
새로운 업무와 더불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덕분에 미라클 모닝 일지에 이에 관한 사사로운 이야기가 가득해서 여기에 올릴 수 없는 날이 많다.

인간관계는 여전히 어렵고, 마음 돌보기는 언제나 쉽지 않다.



Sep 2.


  월요일,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 나에게만 새로운 것이 아니라 학교에는 없던 업무다. 뉴스에 나왔던 바로 그 업무가 내게 온 것이다. 그 자체로 불만은 없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다만 스트레스 관리가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제 하루 종일 몸이 안 좋고, 이리저리 뛰다가 집에 와서는 8시에 침대에 누웠다. 심지어 그렇게 일찍 잤는데도 오늘 5시 기상이 쉽지 않았다.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일을 할 때 나는 쉽게 매몰되는 스타일이다. 할 일이 있는 것을 참지 못해서 얼른 해치워버리곤 한다. 그게 장점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한 번에 해치울 수가 없는데도 마무리될 때까지 스트레스를 계속 받는다. 어제도 할 만큼 했는데 머릿속으로는 계속 뭘 더 해야 하지?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목 뒤가 뻐근하고 두통이 생겼다.

  한계치를 정하기로 했다. 어떤 일에 쓰는 정신적, 시간적 에너지의 한계치. 예를 들면 오늘 나는 운영계획서를 쓰는데 딱 두 시간만 쓸 것이다. 그 시간이 넘어가면 스위치를 내리고 내일 다시 생각하겠다. 오전에는 나에게 중요한 일부터 하겠다. 독서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원격연수도 세 강만 들어야겠다. 무리하지 말고, 욕심내지 말자. 어떻게든 다 굴러는 간다는 걸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쓸 데 없이 스트레스받지 말자. 작업 환경을 수시로 바꿔 주의를 전환하자. 스트레칭과 가벼운 운동을 하자.





Sep 3.



  바람이 거세게 부는 아침. 보이지 않던 태풍의 정체가 나무의 흔들림을 빌어 드러난다. 창문 앞에서 이리저리 뒤채이는 식물들, 덕분에 우리 집은 바람막이가 하나 있는 셈이다. 스러진 농작물들은 여전히 누워있고, 빗물과 진흙이 스며든 벽과 바닥이 아직 축축 할 텐데, 연이어 태풍들이 몰려온다. 때로 세상은 누군가에게 일어날 틈을 주지 않고 무척 잔인하게 흘러간다. 슬픔과 아픔 모두 최소화되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은 재택근무 첫날이다. 출근일과 똑같이 5시에 일어나 루틴을 시작했다. EVPN은 8시 반에 켜서 출근 보고를 하면 된다. 수업을 오픈하고, 출결 체크 및 다음 주 수업을 확인하자. 집에 있지만 신경 쓸 것들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리 샘 운영계획서를 마무리 짓는 것이다.

  어제는 스트레스 관리의 일환으로 미라클 모닝을 하루 쉬었다.(5시에 일어나기는 했다) 루틴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쉬어주는 것 또한 힐링이다. 학교에 가서도 내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 잠시 요가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을 한 뒤에 독서를 했는데 그 시간이 참 소중했다. 덕분에 두리 샘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여러 가지 업무에 만족할만한 진척이 있었다.

  며칠 전에도 썼지만 일잘러가 되기 위해서는 잘 쉬어야 한다. 휴잘러라고나 할까. 결국 워라벨과 일맥상통한다. 뭐든 balance가 중요하다.  





Sep 7.



자존(自尊)에 대해 생각한다.
스스로의 품위를 지키는 것.
이것은 나의 존재, 즉 자존(自存)을 붙잡는 것이다. 붙잡아 바로 세우는 것이다.
무언가를 흔들림 없이 세우기 위해서는 그 토대부터가 스스로 굳건해야 한다.
내가 흔들림 없이 바로 서려면 나의 존재의 토대가 되는 생각과 가치관부터 다져야 한다.
타인의 말 한마디, 세상의 손짓 한 번에 내려갔다 올라가기를 반복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 대신 나의 가치에 대해 평가하게 두지 않으며, 그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다.

월요일의 시작. 나는 자존(自尊)한다.





Sep 8.



  아침 공기가 서늘하다. 막 일어나 맨 발로 거실에 나오면 기운이 스산할 정도다. 가을이 왔다.
  곧 겨울이 온다. 추위에 약한 나는 겨울이 오는 것이 조금 두렵다.

  요가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움직여 열을 냈다. 딱딱하던 발가락이 살짝 부드러워졌다. 어제 근력 운동을 했기 때문에 오늘 마사지와 스트레칭에 더욱 공을 들였다. 특히 종아리 근육을 잘 풀어주지 않으면 운동 후 근육이 짧아지고 불거진다고, 여성 근력운동 가이드북에서 읽었다. 말랑말랑. 탄력 있지만 꽁꽁 뭉쳐 있지 않은 몸이 되고 싶어.

  허리 통증이 심해져서 어제는 커블 체어를 구입했다. 티브이에서 잠깐 보고 지나쳤는데 내 몸이 아프니 광고가 눈에 딱 들어왔다. 마케팅이란 이렇게 사람이 약해지는 순간을 노리다 훅 하고 들어온다. 커블 체어는 손연재라는 전 체조 선수가 광고하는 자세 교정 기구다. 좌식 의자처럼 생겼는데 엉덩이를 올리면 자연스럽게 허리를 세워 앉을 수밖에 없다. 코어에 힘이 다 빠진 채 구부정하게 앉은 나에게 필요한 보조 도구라고 생각했다. 옆 반 선생님이 써보니 확실히 허리는 덜 아픈데, 무척 불편하다고 후기를 전했다. 아픔과 불편함. 전자가 후자를 넘어설 때가 되어서야 나를 교정하게 된다. 미련하다. 관성이 뉴턴의 운동법칙 제1법칙인 건 우연이 아니다. 익숙한 것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변화하지 못하는 나는 관성의 노예. 노예근성을 버려보자.




Sep 10.



  따뜻한 물을 마셨다. 수면 양말을 신었는데도, 내일은 수면 바지를 입어야 하나 요가를 하며 생각했다. 전염병이 창궐한 이 시국엔 감기조차 걸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병원은 여력이 거의 없어 보인다.
  겨울이 되면 좋지 않은 점 하나는 나의 행동이 더욱 정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동면하는 짐승들처럼 말이다. 겨울의 나는 곰 같다. 데굴거리며 꿀단지를 빨아먹는다기보다는 뇌가 멈추는 느낌에 가깝다. 스태미나가 푹 하고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올 초의 겨울에는 다행히 그러지 않았다. 일부러라도 활동량을 만들어냈고, 외출을 하며 사람들을 만났다. 다가오는 겨울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지도 벌써 몇 주째. 그래서 루틴을 지속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자극을 받을 기회도 줄어든다.
  따뜻하게. 내 안에 열기를 불어넣기.



아침의 책들



  <피프티 피플> 정세랑

- 세령이에게 빌린 책. 봄란이도 재미있다고 했다. 어제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을 때 15분 정도 읽었다. 짧은 시간이었고, 무척이나 졸린 상태였는데 정신이 깨어났다. 스트레스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일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출구들을 다양하게 마련해야겠다. 음악, 책, 산책, 스트레칭. 내가 가진 방법들을 활용해 최적의 업무 환경 만들기.
- 현재까지 50명 중 세 명을 만남.

- 어제도 집에 와서 읽다가 잠이 들었다. 오늘 다 읽어버리고 싶을 만큼 재미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어서일까. 내러티브가 가진 몰입감이 있다. 이 책에는 유난히 병원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죽음도 잦다. 지금까지 나온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머릿속으로 맞춰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양한 인물을 품고 사는 작가들은 참으로 멋지다.

- “허기가 심한가 심하지 않은가 느껴보려 했지만 몸속에 허기와 비슷한 것이 너무 많아 헷갈렸다.”
    p.54 장유라의 이야기. 더불어 최애선의 이야기도 좋았다.

- 배윤나 p.111 “너는 달라. 너는 필요해.” ... 엉망으로 말했어도, 분명 전하고 싶었던 것이 전해졌을 때의 눈빛이었다. 학생들의 눈에서 그 빛을 발견할 때가 많았다. 수신의 빛, 이라고 속으로 부르곤 했었다.
(수신의 빛이 반짝이는 것을 얼핏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순간이 많았던가 하면 그렇진 않다.)

- 문영린 p.121 영린이 몇 년 동안 찾아낸 설명은, 새엄마가 비극을 처리하는 하수처리장 같은 걸 잘 갖춘 사람이라 순식간에 약을 풀고 필터를 돌려 비극을 비극 아닌 것으로 처리해낸다는 것이었다.
(비극을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이라니. 나도 하나 있긴 하겠지? 최고 사양으로 바꾸고 싶다.)

 - 김한나 pp.214-215 아무도 한나가 사서인 걸 모르지만 한나는 사서로 살 것이다. 앞으로도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몰라도 비밀리에는 사서일 것이다. 월급이 들어온 걸 확인하고, 인터넷에서 중고로 이동식 서가를 샀다. 한나의 허리까지 오는 철제 책꽂이 겸 수레로, 바퀴가 달린 것이었다. 며칠을 두근거리며 기다렸다.
(계약직 사서의 삶이 불안정해 정규직 임상시험 책임자가 되었다. 꿈과 멀어졌다고 생각했으나 그녀는 친구에게, 임상시험 참여자들에게 여전히 사서다. 각자에게 필요한 책을 처방해주는 모습이 약사와 닮았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자리에서든 꿈을 지키는 방법은 있다는 메시지일까. 도서관에서 쓰는 책수레를 중고로 사는 김한나를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병원에 있지만 한 켠에는 사서의 삶이 있을 것이다.)



  <신규 교사를 위한 자기 성장 메뉴> 이형준

- “절대 학교에 지지마. 학교에 굴복하는 교사는, 그저 정신이 박제된 교사일 뿐이야. 그런 교사는 아주 나쁜 의미로 모든 것을 다 내놓게 돼.”
- “네 실력을 키워. ... 네가 끝까지 살아남는 방법은, 술자리에 끼는 대신, 그리고 남의 요구에 너 자신을 맞추는 대신, 그 시간에 네 존재가치를 증명할 만한 것을 준비하는 거야.”

(수업의 전문가인 수석전문교사보다 행정의 전문가인 교장, 교감이 더 힘을 갖는 학교. 어쩌면 거기에서부터 잘못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 “학생 옆을 떠나고, 교육에서 멀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그런 사람들이 학교라는 조직으로 돌아와 관리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야.”

(내게 수업이나 애들은 어차피 1년 지나면 ‘꽁으로’ 없어지는 거라고, 박사를 하고 승진에 힘써보라고 했던 교감 선생님이 떠오른다. 굳이 내게 그런 말을 했던 건 호의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내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씁쓸한 말이었다. 내가 매일매일 마주하고, 치열하게 애쓰고,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일들이 1년만 지나도 결국 0이 된다는 사실이. 그래. 맞을지도 모른다. 작년 아이들과 투닥거렸던 기억중 반은 벌써 사라졌다. 아이들의 이름도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걸 허무하게 여긴다면, 그래서 애쓰고 노력하는 마음을 놓아버린다면 나는 참 불쌍한 교사가 되는 것이다. 나의 하루 중 반은 아이들과 지내거나 그들에 대해 고민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쓸모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산다면 그 얼마나 슬픈 삶의 낭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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